전라감영 '선화당 터' 확인 불발

복원 아닌 재현 그칠 우려 / 전주시 발굴 진척률 35%

▲ 전라감영 복원을 앞두고 발굴 현장을 공개한 18일 옛 도청사 부지에서 현장 관계자가 선화당의 위치로 추정하는 발굴지를 설명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시가 전라감영 복원을 위해 문화재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전라감영의 중심인 ‘선화당’ 터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전라감영 복원사업이 ‘복원 아닌 재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18일 오전 전주시 중앙동의 철거된 옛 전라북도청사 부지 내 7886㎡ 넓이의 전라감영지 발굴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 자리에서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유철 원장은 “지난달 11일 발굴 조사작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진척률이 35%에 이르고 있지만 선화당의 석축 등 기본 터 자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화당은 관찰사의 집무실로 사용되던 건물로 전라감영 복원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건물이다.

 

전주시는 선화당을 중심으로 내아와 관찰사의 가족 거주공간인 내아, 손님들을 맞이했던 관풍각, 관찰사의 숙소인 연신당, 내삼문 등 주요 건물의 위치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 했다.

 

이를 위해 연구원 측은 앞서 발굴 조사가 이뤄졌던 옛 전북지방경찰청 건물 북쪽을 제외한 18개의 발굴지(pit)를 조사했지만 선화당 자리가 9번 발굴지라는 추정만 하고 있는 상태다.

 

유 원장은 “과거 옛 도청사와 선화당으로 이어지는 3개의 인도를 발굴하고 확인했지만 9번 발굴지가 선화당의 뚜렷한 터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1921년 옛 도청사가 새로 건립되면서 기존 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1951년 무기고 폭발사건으로 선화당이 소실된 것이 확인을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9월 말까지 문화재 발굴 조사를 계속한 뒤에도 선화당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면 3개의 발굴된 인도로 위치를 가늠하고 도면과 학술자료 등을 토대로 고증에 나서 선화당 위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복원이 아닌 ‘재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대해 유철 원장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흔적이 없어 발굴 조사작업이 완료돼도 선화당 터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남은 기간 동안 발굴 조사에 총력을 다해 선화당 터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발굴 조사가 마무리되면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처 전라감영의 주요 건물 위치를 확정하는 등 전라감영 복원을 위한 실시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