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겠다는 대한민국 젊은이가 취업준비생의 39.4%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세에서 29세까지의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자는 65만 2000명이고,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25만 7000명이다.
교원 임용고시나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공무원을 꿈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이들의 장래희망 목록에 당당히 올라가 있고, 전공과 관계없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심하게는 ‘공시족’이 넘쳐흐르는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도 한다.
청년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의 안정성과 공정성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여유 있는 삶에 대한 의식이다. 여기에는 국내 고용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채용과정이 왜곡되어 있다는 현실의식이 담겨있다.
얼마 전 모 명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퇴근 후와 주말에는 온전히 가정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을 선택했다는 글이 올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찬반이 분분했는데, 비난하는 입장에서는 아직 젊은 만큼 직업선택에 있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도전정신과 패기를 가졌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국가 발전을 견인할 다양한 분야에 취업해서 마음껏 혁신역량을 발휘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경제도 성장시켜야 하는데, 모두가 공무원을 하겠다고 나서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뒤집어보면 정부와 공공부문은 혁신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는 “혁신과 변화의 주체가 과연 기업만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기업만이 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창의성을 펼치며 국가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은 낡은 가치관이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이 수혜자가 되는 국가혁신이고, 국가혁신의 주체는 다름 아닌 공무원이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세계가 놀랄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유능하고 열정적인 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꿈이 공무원인 현실을 빗대 꿈과 도전정신이 사라진 우울한 대한민국이라고 탓할 일이 아니다.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 현상이 걱정인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무원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업생태계를 개선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믿을만한 공무원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에게 국가혁신의 주체인 창의적인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