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때마다 친근한 가슴이 되어 주고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나를 재운다
동네마다 홀로 사는 노인처럼
산도 외로워서 들짐승을 불러들일까
나무도 외로워서 새들을 불러 모을까
산사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낮 술 한 잔 걸친 산이 꺼이꺼이 울고 있다
붉은 먼지로 수의를 지어 입고
또 하나의 마감하는 생을 조문하며
꽃들의 영정 앞에 엎드려
억장이 무너지듯 울고 있었다
△읽자마자 이 시에 금새 물들고 말았습니다. 산이 ‘낮 술 한 잔 마시고 꺼이꺼이 울고 있다’니요? ‘꽃들의 영정 앞에 엎드려’ 울고 있을 화자를 초대하고 싶네요.
외로움도 손님이니 손님이 떠날 때까지 잘 모셔야지요. 삶의 깊은 계곡을 가보셨다면 외로움은 사치란 걸 알게 됩니다. 생과 사의 징검다리에서는 하루가 기적이기 때문이지요. 꽃이 시들었다고 눈물을 흘린다면 종소리도 멈출 수 있답니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