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새싹이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여름은 시원한 그늘과 바람으로 생기를 재충전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여름은 뜨거운 태양으로 시작의 열정을 담금질한다.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지만 한 번쯤 봄에 세웠던 시작의 다짐들이 얼마만큼 잘 여물어 가고 있는지 돌아봐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신협중앙회에서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25명의 신규직원이 입사해 가족과 함께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부모님들의 눈빛 속에서 ‘사랑하는 아들딸이 어떤 회사에 취업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 뿌듯한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채용과정에 참여하면서 안타깝게도 이 시대 청년들이 소위 고학력과 고스펙을 통해 다져온 당당함과 패기 못지않게 그 뒤에 가려진 ‘불안’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은 저성장, 저임금, 저출산 및 빈곤, 양극화의 노정으로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취업자의 28%가 4명 이하의 영세업체에 근무하고 있고, 취업자의 50%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라는 통계는 당면한 저성장시대 자체가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의 기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진국에 근접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지만 2%대의 저성장은 기업 역동성과 수익성의 위기와 함께 고용위축으로 이어졌고,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마련’도 모자라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 라는 말을 넘어 ‘N포 세대’ 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현실이다.
필자는 그래서 신규직원 축하행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눈빛 형형한 신규직원들에게 단순한 축하보다 ‘불안’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청년들이 맞닥뜨렸을 고용한파의 엄혹한 현실과 취업준비 과정에서 느낀 좌절과 불안에서 이제 그만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과 새로운 환경을 시작하면서 겪게 될 미래의 불안에 대해서도 미리 ‘괜찮다’고 토닥여 주고 싶은 인생 선배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런데 불안이란 정서는 무조건 부정적인 것일까? 불안이란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하고, 공포로 확산될 수도 있지만 불안들의 결합을 통해 창조되는 부산물이 행복과 만족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프랑스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기에 불안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불안하기에 오히려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고, 불안은 다른 불안으로, 욕망은 다른 욕망으로 대체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더욱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곧 초록이 지쳐갈 때쯤 시원한 바람이 불고 금융권을 비롯해 기업체들의 하반기 공채가 시작될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게 될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불안이야말로 또 다른 시작의 의미”라고…. 그러니 불안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 그리고 중국 은나라 탕왕이 매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세숫대야에 써놓았다는 日新日日新又日新(일신일일신우일신)의 마음으로 그 불안들을 다스린다면 오히려 역동적 삶의 에너지로 멋지게 치환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