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화살

 

2년 전, 밤거리에서 지나가는 여고생을 향해 음란행위를 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의 스캔들 등 어처구니 없는 수많은 성 관련 사건이 터지는 지구촌 세상이지만, 검찰의 별인 현직 검사장이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길거리 음란행위를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는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이 받아들여져 기소유예 처분된 덕분에 검사복을 벗고도 지난해 9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수 있었다.

 

최근 그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여행사 대표 변호를 맡아 세간의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1일 제주지법 법정에서 변론에 나선 그는 “사람은 아무리 성인이라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문호 오스카 오일드의 명언을 소개하며 피고인 선처를 호소했다.

 

김 변호사 본인의 과거도 끄집어 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신도 법정에 서 있는 피고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고 했다. 이제 잘못을 깨닫고 실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보다는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김수창 같은 사건이 전북에서도 있었다. 지난 6월 익산에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주택가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야구단에서 퇴출된 것이다.

 

성 관련 사건이 자살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난 21일 남원시 고위공무원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여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에 휘말려 있었고, 22일 피혐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일까. 그는 아내에게 “여보 사랑한다. 미안해”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이런 사건은 공무원 사회에서 적지 않게 벌어진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여학생, 공직에서는 상사와 여직원 사이에서 성추행, 성스캔들 등 부적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남자 상사나 교사는 여직원(여학생)을 격려하기 위해 어깨만 툭툭 다독거렸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미 현실사회는 그런 변명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성추행, 성폭행, 성매매 등 수많은 성 관련 범죄자들이 처벌되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직장 내 성교육이 진행되지만 성 범죄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열차처럼 거침없다. 이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가 실종된 탓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