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0시 전주시 팔복동 추천대교 아래 전주천.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초록빛 개구리밥(수생식물)이 강(폭 100여m)의 양쪽 끝 가장자리에서 부터 중간지점까지 차지했다. 한마디로 ‘물 반, 개구리밥 반’인 이곳은 물줄기가 하류로 힘차게 내려가지 못한채 조용했다. 보(洑)를 중심으로 물이 정체된 곳에서는 썩어가는 개구리밥과 쓰레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추천대교 아래에서 완주 삼례 방면으로 향하는 전주천 일부 구간에 개구리밥이 폭증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마른장마 때문에 전주천의 물의 양이 줄고, 유속이 느려지는 등 개구리밥 자생에 좋은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전주시청과 덕진구청에는 초록빛 하천을 보고 ‘녹조(綠潮)’를 연상한 일부 시민들의 민원이 적지 않지만, 실제 개구리밥은 수질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전주천이 초록빛인데, 녹조가 아니냐?’는 민원을 접수하고 하천 순찰을 실시한 전주시 환경지도과는 “팔복동 추천대교 인근 전주천에서 다소 많은 개구리밥이 번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조와 달리 개구리밥은 손톱만 한 잎이 있는 수생식물로 개구리(참개구리)가 많은 논이나 연못의 물 위에 떠서 산다. 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수온이 높으며 가뭄이 있을 때 번식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과 연못이 아닌 전주천에서 다량의 개구리밥이 발견된 것은 올해가 기록적인 ‘마른장마’였기 때문이라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6월 기상청은 “올해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진짜 장마’가 3년 만에 찾아올 전망”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또다시 ‘마른장마’를 보이자 수온이 높아지고 물의 흐름이 없어 개구리밥에게는 번식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28일 전주기상지청이 밝힌 ‘전주시 여름철(6~8월) 강우량 현황’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전주시에 내린 비의 양은 총 378.4㎜였는데, 이는 평년(745㎜)보다 절반가량(366.6㎜) 적은 수치다. 기상지청에서 사용하는 평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값의 평균치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천에서 보이는 개구리밥은 특히 비가 적은 올 여름철 날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임실군 슬치고개의 전주천 발원지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이 적고 유역이 넓지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부유식물 종의 하나인 개구리밥은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지만, 녹조가 생기는 환경과 비슷하게 수온이 높고 물이 정체된 전주천에서 많이 목격된다”며 “전주천이 하천의 기능보다 호수의 역할에 머물지는 않는지, 공단이 많은 팔복동 구간에서 나타난 개구리밥 급증 원인 등에 대한 부분은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