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시민 몇 명당 도서관의 숫자 같은 것도 선진국과 중산층다운 삶의 기준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라면 우리 전주도 남부럽지 않다.
최근 개관한 효자도서관까지 합하면 전주의 공립도서관은 11개에 이른다. 장서는 이미 100만 권이 넘었고 그 분야도 비교적 다양하다. 자세히 분석할 필요는 있겠지만, 문화도시, 선진국이 되기에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수치이다. 그런데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은 아직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서연체율이 지나치게 높고 장기연체자가 책을 반납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은 빌려 간 책에 낙서하거나 책을 찢기도 한다. 일부의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그 비율과 빈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이다. 전체 도서관에서 두루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공공의 것에 대한 존중과 책임의식이 빠져 있는 탓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존재라는 당연한 진리,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곧 선진시민, 진정한 중산층의 조건이다. 높은 도서연체율, 훼손율은 그대로 이기적 천민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도서 관리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적 기풍을 건전하게 쇄신하는 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