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먹거리 중 58%가 외국산이다. 개방화 물결에 따라 우리는 곡물, 고기, 그뿐만 아니라 과일, 채소까지 수입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밀, 옥수수 등 곡물이 24%, 고기 76%이며 오렌지, 바나나, 체리 등 수입 과일의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수입 농산물 구매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건강을 해침과 동시에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농산물이 우리 식탁까지 오르기까지 칠레, 호주처럼 남반구에 있는 나라의 농산물을 실은 배들이 적도를 통과해야 하는 데 일반 컨테이너는 내부 온도가 80도까지 치솟는다. 나름 냉동·냉장 등 상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지만 장기간의 보관 및 운송에 따른 품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이동 중 품질 보전을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가 우리 몸에 잔류 수치가 더 높아진다니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4년 국내 대형마트에 취급한 수입 바나나에서 기준치 89배가 넘는 농약이 검출되어 일어난 사회적 파문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농산물 수입에 따른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 농축산물은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총 검역 건수 1만 2074건에서 병해충이 검출됐는데 그 중 국내 농업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규제대상 병해충 검출 건수가 6066건에 이르렀다. 농산물 수입 자체가 크게 늘다 보니 규제 병해충 검출 건수 또한 2014년에 비해 42%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우리 농축산물의 안전관리 수준은 선진국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철저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160개 주요 농산물을 중심으로 농약, 중금속, 방사능 등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유통 부적합률은 2015년 기준 1.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부적합으로 판정된 농산물은 전량 폐기하여 시장에서 철저하게 격리된다. 사전적으로도 축산물 안전관리의 기본제도인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 1998년에 도입됐으며 2006년에는 농사물우수관리제도(GAP)가 시행되어 안전한 농축산물 유통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농민신문사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업 인식조사에서 도시소비자의 68.4%가 국산 농축산물이 품질과 안정성이 외국산 농축산물보다 우수한 것으로 인식했지만, 가격부문에서는 외국산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농산물로 혼합된 선물세트와 가공식품 위주의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을 담보로 구매비용을 줄이는 소비행위는 현명한 소비자의 행태가 아니다. 추석을 맞이해서 지자체와 농협에서는 로컬푸드매장 개설뿐만 아니라 직거래 장터 등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보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 농업인들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37~8도를 오르내리는 사상 최악의 올여름 더위를 구슬땀으로 이겨내어 왔다.
농업은 농산물의 생산과 공급이라는 본연적 기능 외에도 우리가 모두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의 생명 산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식량안보의 파수꾼인 농민의 땀과 노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