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국악원 창극 '나운규, 아리랑' 주역 정민영·김대일씨 "캐릭터 완성도 더 높여 순회공연 나서겠다"

실존인물 연기 부담 / 내면세계 공감 노력 / 창극답게 소리 집중

국립민속국악원(원장 박호성)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창극 ‘나운규, 아리랑’ 초연을 마쳤다. 이 작품은 민속국악원이 선보이는 첫 현대창극인데다 소재공모 작품이어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창극은 실존인물인 영화 ‘아리랑’의 감독 나운규와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의 동명이인 창극배우 나운규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다. 복잡한 서사구조에도 현대창극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에는 극을 무게 있게 이끌어간 ‘나운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배역 ‘나운규’를 밀도 있게 소화한 정민영, 김대일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은 “주목받는 작품을 마치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순회공연에서는 더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일 단원은 “공연 전에는 나운규 영화감독의 독립정신, 강인함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그의 외로움을 나타내려고 노력했다”며 “화려한 삶이지만 내면에 해결되지 않는 것들로 인해 더 외롭고 고립되려했던 모습, 과거의 나운규와 도플갱어인 현대의 나운규,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쏟아내는 피폐한 역할을 하다 보니 4kg이 빠졌다는 정민영 단원은 “과거의 나운규와 현대의 나운규가 어떤 부분이 닮았는지 많이 연구했다”며 “그들이 당시 느꼈을 법한 감정과 아픔을 표현하면서도 마지막엔 영화 ‘아리랑’처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두 단원 모두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으로 나운규를 연기했지만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은 같았다. 정 단원은 같은 예술인으로서 나운규 역할에 너무 몰입해 실제 삶에 영향을 받을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단원은 안숙선 명창의 ‘정말 잘하고 싶으면 냉정해져라’는 조언을 듣고 역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서로 연습을 하면서 인물에 대한 자료조사와 연구도 많이 하고 각자의 인물에 대한 생각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초연을 마친 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3일부터 10월 중순까지 부산, 대구, 대전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정 단원은 “춘사 나운규가 추구했던 예술세계, 그 시대에 그러한 행보를 할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것들을 더 내밀하게 표현하고 싶다”며 “앞으로 공연이 거듭될수록 더욱 몰입해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롭지만 사람 좋아하는, 따뜻한 나운규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김 단원은 “순회공연 때는 좀 더 인간적으로 변화된 캐릭터를 확고하게 보여주면서도 창극답게 소리에 더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