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때문에' 억대 보험사기 덜미

고급 외제차에 고의사고 낸 후 운전자 바꿔치기 / 경찰, 유리에 붙은 모발 분석 추궁 끝 자백 받아

▲ 2009년부터 7년간 억대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을 검거한 경찰이 7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7년간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등 억대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이 차량 조수석의 깨진 유리창에 붙어있던 ‘머리카락’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2억3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최모 씨(38·전과 9범)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최 씨를 도와 사기행각을 벌인 공업사 대표 A 씨 등 2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직 보험중개인 및 중고차 딜러인 최 씨는 자신의 아내와 친형, 사촌 형 등 가족을 비롯해 지인 등을 끌어들여 보험 사기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농수로 빠지기’ ‘축대벽 들이받기’ ‘법규위반 차량 추돌하기’ ‘있지도 않은 동물을 피하려고 굴다리 들이받기’ 등 12차례에 걸쳐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와 심야시간대만을 노린 고의 사고로 미 선수금과 대인 합의금을 타냈다.

 

지난해 9월 7일 ‘외제 차 들이받기’를 13번째 범행대상으로 지목한 최 씨는 범행 전날인 6일 익산시 함열읍의 한 사거리에서 지인 진모 씨(38)와 박모 씨(38)를 만났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범행을 모의한 김 씨와 진 씨는 이튿날 새벽 4시께 그랜저를 몰고 미리 섭외한 고급 외제차 운전자 박 씨가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틈을 노려 빠른 속도로 들이받았다.

 

사고 이력이 많던 운전자 최 씨는 범행 직후 보험사와 경찰의 의심을 피하고자 조수석에 있던 진 씨와 자리를 바꿨고, 거짓으로 “운전자는 진 씨”라며 보험을 접수했다.

 

그러나 보험처리를 위해 진 씨에게 전화를 건 보험사 직원은 “진 씨가 자신의 차량 번호조차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며 보험사기를 의심해 경찰에게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그랜저 차량 조수석 유리창에 붙어있던 진 씨의 ‘머리카락’을 발견, 범행 당시 사고 충격으로 조수석 유리창에 이마를 부딪친 진 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박승관 경정은 “피해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재현프로그램(MADYMO)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사고가 고의로 난 정황을 발견했다”며 “최 씨의 사고 내역이 더 있어 공범과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