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MOU) 후속 조치를 위한 삼성그룹과의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통해 ‘현시점에서 새만금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송하진 도지사에게 공식 통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과 송 지사의 면담 방식을 놓고 이견이 생기고, 삼성 측에서 새만금 투자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이형규 정무부지사는 8일 도청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 측의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태도와 비공개 면담 요구 등으로 더 이상 진전 있는 대화가 어려운 상태”라며 “송하진 도지사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간 면담 추진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이날 “글로벌 기업 답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떳떳하게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 측이 비공개를 전제로 한 만남을 고수했다”며 “이렇게 되면 공개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 채 해명에만 급급할 것으로 보여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삼성이)새만금 신규투자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삼성을 만나지도 대화하지도 않겠다”며 “그룹 내 책임 있는 인사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투자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만남 방식을 놓고 전북도와 협의 중이었다”며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서로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애초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송하진 도지사는 사실상 파기된 새만금 투자 MOU의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박 사장은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다’며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전북도는 삼성그룹의 무성의로 이번 면담은 불발로 끝났지만, 대화창구는 계속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는 억측이 난무한 2011년 당시 삼성과 전북도·정부의 새만금 투자 MOU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혀 지역 정치권과 도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지사는 “당시 MOU 체결 과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 MOU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도의회, 언론, 국정감사 등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의 입장 발표 후 새만금개발청은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현시점에선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삼성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2011년 전북도와 국무총리실, 삼성은 오는 2021년부터 2040년까지 2단계에 걸쳐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한다는 총 23조 원 규모의 투자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태양광산업을 추진한 삼성의 신사업추진단이 해체되고, 새만금 투자 계획과 일정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 진위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