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인사 안하기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돈 버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과거에는 제도 정비가 덜된 탓으로 헐렁한 면이 많았다. 지금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자금 이동관계와 소득 발생에 따른 세원포착이 있는 그대로 잡히기 때문에 탈세도 쉽지 않다. 그만큼 유리알처럼 투명해졌다. 회사 돈 관리도 엄격해졌다. 오너라고해서 무작정 회삿돈을 맘대로 쓸 수 없다. 법치주의가 정착됐다는 뜻이다. 세상 사는 것을 법 하나로 통제할 수 없다. 법은 최소한으로 그치는 게 옳다. 시시콜콜한 측면까지 법이 간섭하거나 통제한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사회생활하면서 느끼는 점 가운데 너무 헛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을 빈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인사할 때 떠오르는 말이 마땅치 않아 대충 지나치기가 뭐 하니까 헛인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할 때나 진실성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스운 사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길거리나 술집 등에서 만날 때마다 ‘술 한잔 합시다’ ‘식사 한번 합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을 서슴없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드물다. 멋쩍으니까 마치 인사성 말로 하겠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 좋게 안 들린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되풀이하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

바쁜 세상에 헛소리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인간관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불리하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슬그머니 뒤꽁무니 빼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인사말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빈말이나 헛인사는 오히려 안 하는 게 낫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진실해야 한다. 그래서 입구자 세 개가 쌓여서 만들어진 글자가 품격(品格)이다.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 重千金)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전북사회의 병폐를 진단할 때 그 원인을 거창 한데서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어찌 보면 사소한 면에서 찾을 수 있다. 광주 전남사람들이 타지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는 이유가 뭣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의사표시를 비교적 확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의 언어를 확실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전북인들은 대충 두루뭉술한 말을 잘 쓴다. 소통할 때 모호하면 오해가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올 추석을 전후로 헛인사 안 하는 도민이 됐으면 좋겠다.

좋게 말해 정에 약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진실성이 없으면 아예 헛인사는 안 하는 게 좋다. 28일부터 김영란법도 시행되므로 모두가 바르고 정확하게 의사 표시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말로써 품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헛인사하는 걸 적당한 처세술 정도로 여기면서 살아가면 사람이 안 붙는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