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월15일이 되면 한 달 동안 진행한 길쌈놀이의 성과를 살펴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내놓아 이긴 편을 축하하고 가무와 놀이로 즐겼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식구들끼리만 모여 앉아 차례 지내고 음식을 나누는 것은 사실 그리 오래 된 풍경이 아닌 셈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동네잔치가 벌어져서 골목골목이 왁자하게 서로 오가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누구네 아들은 무슨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고 누구네 딸은 어디로 시집 가 사는지를 동네 사람들이 다 훤히 알게 되는 날이 곧 이 날이었다.
이제 그런 공동의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소가족 단위의 약소한 의례와 짧은 식사만 남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하나둘씩 온 길을 되짚어 사라지거나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까마는, 그래도 예전의 추억을 지닌 이들에게 이런 추석은 아무래도 허전하고 밋밋하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것일까? 명절이면 모여앉아 시국 이야기, 정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명절 직전의 이슈를 선점하려고 전전긍긍한다. 멀리서 온 자녀들에게 묻는 안부도 천편일률적이다. 직장은 잡았는지, 결혼은 언제, 애는 언제, 하는 식이라 젊은이들에게 곤란한 날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식구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나라 걱정하는 일에 있어서 우리나라만한 데는 없는 것 같다.
바라건대 그 관심과 애정이 내 식구, 내 고향, 우리 편 하는 식의 울타리를 넘어서기를-. 그래서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명절이 되기를-. 넉넉한 명절 한가위가 와도,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고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못 박아버리는 이 아슬아슬한 세태가 걱정스럽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한가위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