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때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방선부(放蟬賦)를 보자.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매미를 날려 주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둘다 똑같은 동물이고 매미를 살려주면 거미는 굶는데 왜 놓아 주었느냐”고 힐난하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거미는 성질이 탐욕스럽고/매미는 심성이 맑을세라/배 부려드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이슬먹는 창자야 무슨 욕심이 있을 것인가/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내 어찌 동정이 없을 소냐’라고 답했다.
중국 진나라 육운(陸雲)은 매미를 보고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곤충이라 했다. 그의 한선부(寒蟬賦)에 나온다. “두상유관대,시문(頭上有冠帶,是文)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춘 것이요/함기음로, 시청(含氣飮露,是淸)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을 갖춘 것이요/불식서직, 시렴(不食黍稷,是廉)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춘 것이며/처부소거,시검(處不巢居, 是儉) 거처함에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을 갖춘 것이요/ 응시수절이명, 시신(應時守節而鳴, 是信) 때에 응하여 자신의 할 도리를 지키어 울어대니 신의를 갖춘 것이다.
그래서 옛 임금은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형상화 한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국정을 돌보았다. 매미의 성덕과 날개처럼 투명하게 선정을 펼치라는 뜻이다. 조정의 문무백관도 양 날개를 옆으로 행하게 한 관모를 썼다. 그 이유는 매미의 오덕을 망각하지 말고 공직자로서 품격을 지켜 나가라는 뜻이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공직자의 덕목으로 염결(廉潔)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간 부정을 눈감아준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게 통하지 않게 돼 있다. 요즘 고위공직자들의 대형 부정 부패가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서민들이 살맛을 잃어 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된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려면 법 질서 확립이 중요하다. 국민을 개 돼지 정도로 보고 갑질이나 하는 공직자가 있어서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추석을 쇤 이 가을에 모든 공직자가 매미의 5덕을 떠올렸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