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증강현실게임인 포켓몬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가히 광풍에 가깝다. ‘주머니 속의 요괴’를 뜻하는 포켓몬은 세계 어린이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았던 인기 만화 포켓몬스터의 약칭이다.
1996년 닌텐도 비디오 게임으로 탄생되어 1997년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이래 오랫동안 캐릭터 시장을 장악하더니, 최근 다시 증강현실이라는 IT를 입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무려 20년간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셈이다.
포켓몬 캐릭터가 증강현실게임의 힘을 빌려 다시 애니메이션, 게임, 장난감, 교육, 학용품, 서비스업 등 다방면에서 핫아이템으로 등극하며 52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포켓몬고가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고의 성공으로 세간의 관심이 증강현실(AR)에 쏠리며 증강현실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을 정도이다.
포켓몬고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화면 밖으로 나온 이 게임이 20~30대 포켓몬스터 마니아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성공의 핵심이 바로 콘텐츠인 셈이다. 게임을 하면서 단순히 요괴를 포획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포켓몬고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게임 안의 스토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포켓몬의 신화 뒤에는 스토리텔링의 파워를 일찍이 알아본 일본 요괴학이라는 배경이 있다는 점이다.
150마리가 넘는 포켓몬 캐릭터들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일본정부가 요괴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켜 100년 전부터 만화캐릭터를 연구해온 결과이다. 일본에는 지금도 요괴학에 관한 협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일본 만화 캐릭터들은 대개가 인문학과 동양고전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포켓몬고 캐릭터 역시 동양의 고전인 산해경에 현대적 옷을 입힌 것이 많다.
포켓몬고의 성공을 보면서 정보기술과 산업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오랫동안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들의 바탕에 인문학적 배경이 깔려 있는 이유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어느 사이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곁에 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인류가 경험해보지 새로운 차원의 현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현실이 전개된다 해도 이를 움직이고 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보편성이다. 보편성을 어떻게 속성(速成)의 상상력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빨리 가야 할 길도 있지만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가야할 변하지 않는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