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미리보는 판소리 다섯바탕 ① 왕기석 '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

서편제 창시자 박유전 소리 이어

▲ 왕기석 명창

‘2016 전주세계소리축제(29∼10.3)’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대표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의 실험이다. 한옥이 아닌 공연장에 현대적인 무대를 만들고, 명창의 소리에 영상을 더하는 등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모던한 공연예술’실험에 나선 판소리 다섯바탕을 최동현 군산대교수가 미리 소개한다.

 

왕기석이 부르는 판소리에는 ‘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라는 긴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이름에 들어 있는 ‘보성소리’와 ‘강산제’는 설명이 필요하다.

 

보성소리란 전라남도 보성 지역에 대대로 전승되어 온 판소리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며, ‘강산제’란 강산 박유전으로부터 이어져 온 판소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박유전은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순창 출신의 소리꾼으로 이른바 서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사람이다. 박유전은 ‘적벽가’를 잘 불렀는데, 그의 소리를 들은 대원군이 “네가 제일강산이다(소리를 제일 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해서, 호를 ‘강산’으로 정했다고 한다.

 

박유전은 대원군의 몰락 후에 나주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만난 정재근이 박유전을 모시고 보성으로 가서, 그로부터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 정재근의 소리는 조카인 정응민에게 이어졌는데, 정응민은 박유전으로부터 이어받은 소리에다가 김찬업으로부터 동편제 김세종의 ‘춘향가’를 이어받아 자신의 소리를 완성했다. 정응민의 판소리는 박유전의 서편제 판소리와 김세종의 동편제 판소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소리가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소리는 동편제니 서편제니 하는 기존의 개념으로는 규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보성소리’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보성소리’란 보성 지역에 대대로 전승되어온 네 바탕 판소리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이며, ‘강산제’는 보성소리 중에서 강산 박유전으로부터 이어받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를 따로 가리키는 명칭인 것이다.

 

왕기석은 정읍 출신으로 오랫동안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다가 귀향해 현재는 정읍시립국악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창극단에 입단할 때는 최연소 단원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2014년에는 박초월 바디 ‘수궁가’로 전라북도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왕기석은 박초월 바디 ‘수궁가’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남해성으로부터 ‘수궁가’를 이어받아 오랫동안 소리를 해왔고, 또 이 소리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까지 되었기 때문에 그의 다른 소리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왕기석은 성우향으로부터 ‘강산제 심청가’도 제대로 이어받은 사람이다. 이 소리는 서편제 창시자로 알려진 박유전으로부터 전승된 판소리이다. 왕기석의 스승인 성우향은 정응민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적으로 세련된 소리라는 뜻이다.

 

왕기석은 목이 우람할 뿐만 아니라, 오랜 창극 활동을 통해 축적된 세련된 너름새, 그리고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현대 남창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다. 게다가 왕기석은 지금 가장 기량이 원숙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이번 공연에서는 가장 수준 높은 ‘강산제 심청가’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최동현 군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