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법주차 방지용 볼라드 무용지물

간격 넓어 차량 통과 / 보행자만 불편 가중 / "적극 단속해야" 지적

▲ 20일 전주 서부신시가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인도 진입을 막는 볼라드가 파손된 채 인도 위로 차들이 주차돼 있다. 박형민 기자

인도 위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차량진입 억제용 말뚝)가 시민의식 결여와 행정의 미흡한 대처 속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전주지역 인도 곳곳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지만 이를 피해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지난 19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백제대로 옆 인도에는 볼라드 사이 공간으로 들어간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또 전주시 완산구 서부신시가지 곳곳에도 볼라드가 무색할 정도로 인도 위 불법 주차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심지어 볼라드가 부러져 있는 곳도 있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지역에 설치된 볼라드는 모두 3809개에 달한다. 볼라드 1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27만80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주시는 예전에 설치한 대리석 볼라드를 규격에 맞는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볼라드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거주하는 신모 씨(52)는 “볼라드를 설치해 봐야 간격이 넓어 그 사이를 통과해서 인도에 주차하는 차도 많아 애꿎은 보행자만 다니기 불편해진다”며 “시·구청에서 설치만 하지 말고 인도 위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철저한 지도, 단속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직장인 김모 씨(33)는 “보행자 다니기 불편해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설치를 할 거면 제대로 해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볼라드 간격을 현재보다 더 좁히면 장애인 등 보행 약자의 통행이 어려워질 수 있어 간격 조정이나 추가 설치는 어렵다는 게 전주시의 입장이다.

 

전주시 도로하천과 관계자는 “비용 문제와 도로환경 개선 등을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인도 위 볼라드를 축소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금과 같이 볼라드를 세우더라도 차량이 막무가내로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차량 운전자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단속에는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각 구청에 적극 신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