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간 태풍, 폭염·가뭄까지 해결

8월말 '라이언록' 간접영향으로 기온 내려가고 이달 '말라카스' 많은 비 내려 농민들 한시름 놔

최근 북상한 태풍이 한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극심한 가을 가뭄 해소에 큰 보탬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은 지난 8월 말과 추석 연휴 두 차례에 걸친 태풍의 간접적 영향권에 들었다.

 

올 8월 전북 지역은 최고 기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시민들이 힘든 일상을 보내야 했다.

 

21일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도내 올 8월 평균 최고 기온은 전주 32.3도, 군산 31.2도, 부안 31.5도, 정읍 33.1도 등을 기록했다. 심지어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8월 말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의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한때 최고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갔다.

 

태풍이 오기 일주일 전만 해도 최고 기온 35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지만 갑자기 시원해진 날씨에 시민들은 “예년의 태풍과 다르게 이번 태풍은 참 고맙다”, “폭염을 물러가게 한 해결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8월 말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의 유입과 함께 제10호 태풍 ‘라이언 록’의 간접 영향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낮아졌다”며 “비의 양이 많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은 시민들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53%밖에 안 돼 농작물의 피해는 계속됐다.

 

전북도가 지난 8일 폭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 규모를 조사한 결과 모두 4409㏊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인삼이 1060㏊로 전체 피해 면적의 2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사과 808㏊, 포도 148㏊ 순으로 조사됐다. 시·군별로는 고창군 1974㏊, 부안군 397㏊, 무주군 310㏊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농업용수 공급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6일 제14호 태풍 ‘므란티’와 제16호 태풍 ‘말라카스’가 연이어 우리나라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비를 내려 충분하지는 않지만 해갈에 보탬을 줬다.

 

실제 지난 16일부터 전북 지역에는 부안 위도 186.5㎜를 최고로 순창 169.5㎜, 군산 163.3㎜, 진안 156㎜, 전주 123㎜ 등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던 전북 지역 저수지 평균 저수량 역시 태풍 전 38%에서 지난 20일 46.3%로 8%p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보다는 아직 낮은 수치지만 가뭄이 심각했던 작년보다는 20% 가량 높고 이번 태풍으로 9월 강우량이 평년보다 높아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올 여름 폭염과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추석 연휴 태풍의 영향으로 반가운 비가 내렸다”며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잠시나마 걱정을 덜어 준 고마운 태풍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기상지청은 올 가을 북서 태평양에서 8~12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고, 이 중 우리나라에는 1개 정도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