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묵으로 맺은 아름다운 동행

효봉 여태명과 제자들 회갑 맞아 기념전 열어 / "새롭게 도전하는 계기" / 29일까지 전북예술회관

▲ 여태명 作 ‘犬·人 160915-개같은사람’

30대의 스승과 20대의 제자가 있었다. “백발이 되면 정자나무 밑에 모여 막걸리나 하자”면서 “그때도 글씨를 쓰면 전시를 함께 열자”고 입버릇처럼 나눴다. 당시에는 회갑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한 길을 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미술가 효봉 여태명과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다.

 

‘병신(丙申)’년에 태어난 효봉은 올해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맞았다. 정담을 기억한 제자들은 사제(師弟) 동반전을 추진했다. 서예가 박병규씨는 “선생의 주갑을 맞아 작은 발자취를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기념전을 마련했다”면서 “작품활동 여부를 떠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승의 호를 딴 ‘편(片)묵회’에는 효봉이 원광대학교 서예과교수로 부임하기 전 학원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로부터 대학에서 만난 이들까지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효봉과 서예로 인연을 맺고, 청출어람에 힘쓰고 있는 이들이다.

 

효봉은 환갑기념전에 ‘새시작 새도전’이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제자들과 나눈 육십갑자전이 실제로 열릴지 몰랐다”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데, 기념전을 새롭게 도전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미”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한국미술상 수상기념 서울 전시와 지난해 중국 상해전시에 이어 오랫만에 전주에서 여는 전시에는 최근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 조동권 作 ‘하하하’

오랜 작업 화두인 한글의 기본 ‘天地人(·ㅡ ㅣ)’시리즈와 한국사람들, 불꽃놀이를 조형화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람은 삼라만상을 아우르는 화제. 생로병사 희노애락을 조형성이 강한 글씨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암각화를 연상시키는 한지부조작품도 내놓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을 냈다고 털어놓았다.

 

최동현 군산대교수는 “효봉의 작품세계는 서예와 문인화 추상화 서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무척 넓다”면서 “서예와 회화의 통합을 추구하는 그는 창의적이면서도 생활속이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했다.

 

‘여태명 병신육갑전(丙申六甲展)’과 ‘편(片)묵회’전은 오는 29일까지 전북예술회관 4개 전시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