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와 리콜 사태

▲ 맹성렬 우석대 교수

20세기 내내 전기차에 사용되던 배터리는 납 배터리였다. 무게가 엄청 무거울 뿐 아니라 충전되는 전기량도 적어 1회 충전에 최대 100킬로미터 남짓 주행이 가능했다. 1999년 전기차에 니켈-메탈 배터리가 사용되면서 차의 무게도 줄어들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200킬로미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휘발유와 디젤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 비해 여전히 주행거리에 큰 문제가 있었으며, 거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꺼려하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21세기에 접어들며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면서 판도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에너지 밀도 높지만 안정성 취약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메탈 배터리보다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가 2배 이상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그만큼 늘어났다. 그런데, 열과 충격에 약해 다른 배터리들보다 폭발이나 화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요즈음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연 10% 씩 높아지는 추세인데 그러면서 안정성이 더욱 문제되고 있다. 2006년 일본 소니사의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대대적인 리콜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쌓아온 ‘기술의 소니’라는 명성이 크게 실추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파나소닉사의 최신품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도 안정성 문제로 잇따른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고급형 세단 모델S에 5000개가 넘는 파나소닉사의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결해 사용한다. 과열방지를 위한 액체냉각장치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어 웬만한 충격이나 이에 따른 과열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최근 파나소닉 배터리 폭발사고는 새 모델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떨어진 안정성 때문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차량은 배터리를 밑면에 깐다. 이를 통해 넓은 공간과 뛰어난 주행 안정성이 확보된다. 그 대신 충격 노출에 따른 폭발 또는 화재 위험이 커졌다. 실제로 2013년에 모델S가 잇따라 도로 장애물에 충돌해 배터리가 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테슬라는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했고 그 후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서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미국 네바다 사막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하는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 공급되는 전기는 전량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완벽한 그린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그들의 상상력과 추진력이 놀랍고 부럽다.

 

배터리 폭발 문제 무난히 극복하길

 

최근 국내 한 재벌그룹의 주력기업에서 만든 스마트폰이 배터리 폭발 문제로 전량 리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기업이 속한 재벌 그룹은 몇 년 전 정부의 장단에 맞춰 새만금에 ‘그린 에너지 종합 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거짓 약속을 한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한 회사는 그 기업 계열사로 작년부터 중국에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는데 최근 중국 정부 인증에 실패해 큰 낭패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전북 지역에 한 괘씸한 행위로만 봐서는 작금의 사태가 사필귀정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국가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이번 사태를 무난히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과 전략으로 재무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지난번 전북 도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 강구했으면 한다. ‘새만금의 저주’라는 소리를 듣기 싫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