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영국은 1600년대 초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식민지 경영과 무역 등을 두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적극적인 공세를 편 것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까지 세우고 영국과의 식민지 경쟁에 나섰지만 17세기 후반, 제해권(制海權)은 결국 영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후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두 나라 사이에는 반목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인(Dutchman)을 탓하며 부정적인 의미로 ‘더치(Dutch)’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랜 관습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도 트리트 대신 반대의 뜻을 지닌 ‘페이(pay) ‘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식사를 한 뒤 자기가 먹은 음식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어색하고 낯설었던 ‘더치페이’ 문화가 화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더치페이’가 보편화된 대표적인 나라다. 식당에서 모임이 끝난 후 줄을 서서 각자의 음식 값을 계산하는 그들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흥미로운 글이 있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 문예평론가인 후쿠다 가즈야 게이오대학 교수가 자신의 저서 <나 홀로 미식수업> 에서 쓴 ‘더치페이에 숨겨진 기만’의 일부다. 후쿠다 교수는 “식사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요리의 가격 뿐 만이 아니다”며 “여기에는 상당히 인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식사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그 뿐 아니라 식사에서의 권력 관계, 보다 정확한 말로는 ‘정치’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나>
‘더치페이’ 문화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 휴대폰 계산을 위한 ‘더치페이’ 앱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도 ‘더치 페이’ 문화가 보편화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친숙해지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