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대표브랜드 공연도 춘향 이야기다. 2013년 뮤지컬 춘향으로 출발해 올 ‘성, 춘향’으로 이름을 바꿔 전북예술회관에서 상설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춘향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성, 춘향’은 서양화성의 5음계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영상 기술을 활용하는 등 젊은층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춘향전 무대인 광한루를 빼고 남원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춘향전은 남원의 보배다. 춘향전이 현재 남원의 관광산업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향전이 남원의 대표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하다. 한옥마을 상설공연으로 2013년 전통창극에 뮤지컬 요소를 도입한 ‘가인춘향’으로 시작해 4년째 ‘광한루연가’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올 춘향전 이야기는 ‘아매도 내 사랑아’다. 이와 별도로 춘향전의 신관사또부임행차 공연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다.
3일 끝난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올 포커스로 춤꾼 이매방과 함께 ‘춘향’에 주목했다. 남원지역 상설공연 작품과 ‘판소리 춘향가’앨범을 낸 재즈그룹 ‘두번째달’을 초대했다. 영상과 연주, 보컬이 어우러진 두번째달의 춘향콘서트 또한 춘향전의 콘텐츠 영역을 넓힌 시도로 평가받는다.
춘향전은 일반 국민들에게 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이 생산됐다. 학자들은 조선시대 신분제 속에서 양반·중간 계층·서민·기생 등의 관계 양상을 보여주는 조선후기 풍속의 역동적인 이면을 보여주는 자료로 높이 평가한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런 문화사회적 가치를 떠나 춘향의 사랑 이야기에서 재미와 감동을 받는다. 작품에 담긴 풍자와 해학이 여러 형태로 재해석되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춘향전의 가장 큰 매력은 클라이맥스의 ‘어사출두’장면이 아닌가 싶다. 부패하고 잘못된 권력에 짓눌린 민초들이 권력에 맺힌 한과 설움을 ‘어사출두요!’ 한방에 날려버린다. 답답한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다. 청와대가 국민과 불통인 현실에서 ‘어사출두’를 기다리는 것은 헛일이지 싶다. 더 많이 진화된 춘향전이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