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 안전지대 없다

익산서 재발…9년간 전북 방제비 94억 / 기후 온난화로 악화…뾰족한 대책 없어

소나무 재선충병이 일상화되고 있다. 익산시 함열읍에서 9년 만에 재선충병이 재발병하면서 익산시는 재선충 청정지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전북지역에서만 익산시·군산시·김제시·임실군·순창군 등 5개 시군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15개 시·도, 99개 시·군·구에 달한다. 인천시와 대전시를 제외한 모든 시·도가 재선충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에서 9년간 방제에 쏟아부은 돈만 94억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소나무 19만 4800그루가 잘려나갔다.

 

△ ‘소나무 에이즈’ 기후 온난화가 불씨 당기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한 번 걸리면 100% 말라죽기 때문이다. 재선충병은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쇠약한 소나무류에서 서식하면서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한다. 1쌍이 20만 마리로 번식하는데 2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전북에서는 2007년 익산시·임실군에서 처음 발생한 후 2014년 순창군, 2015년 군산시, 2016년 김제시에서 연달아 발병했다. 지난달 28일에는 2009년 청정지역으로 지정된 익산시 함열읍 소나무 3그루에서 재선충병이 또 나타났다.

 

이러한 소나무 재선충병의 원인은 자연적인 원인과 인위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자연적인 원인은 기후 온난화를 꼽는다. 기후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기간이 길어지고, 개체 수도 늘면서 재선충병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또 인위적인 원인은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 소나무류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전염되기도 한다. 재선충병을 방제하기 위해 훈증해 놓은 소나무류를 가져가 화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 뾰족한 대책없어…선택과 집중 통한 방제·예방만이 살길

 

최근에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발생지 주변에 있는 감염 우려목 등을 모두 잘라내 제거하는 ‘소구역 모두베기’를 실시한다. 약제를 뿌려 밀봉하는 기존의 훈증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소구역 모두베기와 파쇄 등 강경한 방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장기화된 재선충병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지만, 이로 인한 산림 피해는 심각하다.

 

치료약이 없는 재선충병은 방제와 예방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완전 방제와 집중 방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재보호구역이나 보존가치가 높은 나무에 대해서는 나무주사 등을 통해 집중 방제를 할 필요가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재선충병 피해 고사목은 19만 4846그루에 이른다. 특히 소구역 모두베기로 전환된 지난해 5월 이후부터는 방제 대상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피해 고사목 3만 1211그루, 기타 고사목 3만 7482그루, 일반 나무 14만 5499그루 등 총 21만 4192그루가 제거됐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매년 재선충병이 발생되는 군산시 30㏊, 순창군 27㏊, 임실군 20㏊를 중심으로 모두베기를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단목 발생지역에는 소규모 모두베기를 시행하고, 주변 40m 이내는 나무주사를 주입할 예정이다. 임실군 국립호국원 주변, 군산시 청암산 주변, 김제시 발생지 주변 등을 중심으로 나무주사를 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