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더 이상
풍요로운 곳 아닌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질식해가는 폐허였다
포개진 하늘 속살 끄집어
갈무리하는 도심
빈 바람 허허롭게 밀어내고
가슴 깊이 묻어버린
계절 잃어버린 하늘
꼬방동네 그리워하는 무리들만
발 동동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짙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서성이는 것 같아 자꾸만 창밖을 내다본다. 마음이 허허로우면 가을 색은 회색이다. 그리움이 살짝살짝 가을 바람 등에 업고 도심의화자 곁으로 온다는데 질식해가는 폐허란다. 가을을 잃어버렸으면 겨울이란 말인가. 회색 도시의 가을은 시인에게 시를 쓰도록 유혹할 지도 모른다. 공장 굴뚝 아래에 핀 구절초가 詩다. /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