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김제 김영 시인
요즘 ‘아재’라는 말이 한창 뜨고 있다. 지상파에서 ‘아재 개그’가 조금씩 먹히는 분위기더니 이제는 ‘아재파탈’이라는 말까지 돌아다닌다. ‘아재’라는 말은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로 비하의 의도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과 교감을 즐길 줄 아는 아저씨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 ‘언어성장’을 한 셈이다.

 

아재·꼰대 구분은 패턴인식능력

 

‘아재’와 함께 ‘꼰대’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 때는 말이야 ’라고 시작되는 장황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자신처럼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주입하는 사람, 내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 아느냐고 억지학습을 시키는 사람 내지는 존경심을 구걸하는 사람, 게다가 그렇게도 살뜰히 자랑하는 삶이 막상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2030세대는 꼰대라고 부른다.

 

‘아재’와 ‘꼰대’를 구분하는 기저에는 인간의 패턴인식능력이 있다. 굳이 나누자면, 자기 삶에서 학습한 패턴을 고집하며, 자신만을 위해 쓰는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 삶의 패턴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타자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을 아재라고 한다. ‘아재’와 ‘꼰대’의 차이는 패턴인식 능력의 활용방법에 달려있는 것이다.(2030세대도 조만간 이 기준에 의해 ‘아재’나 ‘꼰대’가 될 것이다.)

 

나는 ‘꼰대위험인자’가 상당히 많은 사람이다. 내 삶의 패턴은 오직 나를 위해 쓰일 뿐 다른 사람의 행복이나 이익을 위해 쓰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나를 드러내고, 나를 만족시킬 기회가 왔을 때에만 활성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밖에서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때, 검색엔진을 가동하여 그 의미를 찾는다. 과거에 수집한 자료와의 유사성을 찾아 유추하고, 분석하고 종합하여 낯선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신념이 생기고, 그 신념에 따라 자신만의 패턴인식 능력이 생기고 이를 반복하면서 신념의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왜곡되어 오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경험이나 지식이 많은 분야의 정보를 처리할 때는 패턴인식능력이 너무 뛰어나 없는 패턴을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주어지는 정보를 거의 다 믿거나, 혹은 거의 다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역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된다. 더군다나 밖에서 들어온 정보가 이미 오류를 동반하고 있다면 더 말할 가치가 없다.

 

많은 사람 이익 위해 자기 경험 활용

 

어찌 보면 사람이 많은 지식을 쌓는 것도, 경험을 많이 하는 것도 세상의 패턴을 읽어내기 위한, 그래서 생존을 위한 적응의 폭을 넓히고, 좋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도 동반해야 한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는 노시인의 노래도 결국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염원이다. 진정 의미 있는 삶이란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삶이다. 나의 지식과 경험이 나 한사람의 안위만을 구하는 도구라면 우리들은 무엇이 될 수 없다. 나의 삶은 의미가 없는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