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 익산시민 '졸'로 보나

▲ 엄철호 익산본부장

‘곁방살이 코 곤다’라는 속담이 있다.

 

제 분수도 모르고 버릇없이 함부로 굴거나 나그네가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남의 집에서 곁방살이하는 사람이 날뛰며 코를 곤다는 뜻이다. 익산시 공공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A기업이 익산시와 전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소송을 보면 영락없이 그 꼴이다.

 

익산시 3건, 전북도 1건 등 모두 4건의 행정·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익산시를 상대로 운영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7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데 이어 애초 예상했던 시설 건립 설계 공사비 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 데다 준공까지 늦어져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 비용 25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여기에다 익산시가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했다며 부과한 640만원도 낼 수 없다는 소송을 추가했다.

 

전북도에 대해선 악취배출사업장 지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더구나 A기업은 앞으로 또다른 소송 제기에도 계속 나설 태세여서 정말 소송 좋아하는 기업이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의 익산시는 심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심이라도 한듯 소송 남발을 통해 청구하고 있는 배상 총액이 무려 100억여원으로 결코 애들 껌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잇단 변호사 선임에 따른 상당한 금전적 손실, 시간 및 행정력 낭비,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 등은 그저 호사스런 말장난에 그칠 정도이니 그 골머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충 짐작된다.

 

물론 A기업이 이런 소송 남발에 이르기까지는 나름의 억울함도 있겠지만 최근 행태는 좀 지나친 것 같다.

 

행정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려온다.

 

그래서 한마디 한다.

 

A기업은 익산시로 하여금 잠시 셋방을 얻어 살아가는 곁방살이고 익산시는 집주인이다. 그런 곁방살이가 집주인을 상대로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고 마치 소송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으니 익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불쾌하기가 짝이 없다.

 

혹시 무슨 계략이 숨겨져 있는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한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악취배출시설 대상 사업장 A기업이 익산시의 집중적인 지도·점검·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 차원에서 소송 남발이 발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최근 A기업 관계자가 “익산시가 유독 심하게 (간섭)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던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또 다른 의구심도 갖게 한다. 어차피 15년 동안 운영키로 협약이 체결돼 있는 만큼 계약 해지 등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라 이참에 집주인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의도에서 무대포 어깃장 행보에 나선 것은 아닌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곁방살이라면 이처럼 이판사판 공사판의 소송 남발을 도저히 생각할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고 눈에 뵈는 것도 없어 정녕 배 째라는식 배짱으로 나선 거라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곧 31만 익산시민을 ‘졸’로 보고 행정을 농락하는 행위다.

 

‘소송으로 흥한 자, 소송으로 망한다. 송사 3년이면 집안이 망한다’며 소송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조상들의 경고가 하루빨리 그들의 피부에 와 닿길 바란다. 아무쪼록, 조상들에게 지금의 익산 상황과 관련해 어순을 바꾼 요즘의 최고 개그 유행어로 개작해 보라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장난 지금 익산시민이랑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