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등 학내 사건 발생 시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바로 처리를 요구할 수 있는 ‘통고 제도’가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호자와 교육기관들의 기피와 법원의 홍보 미흡으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주지법의 경우 지난 5년간 한 해 3건도 안되는 통고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주지법의 통고 사건은 모두 13건이었다. 이는 전국 지방법원 중 2번째로 적은 건수다.
지법과 가정법원별로는 울산이 4건으로 가장 적었고 전주와 제주가 각 13건, 의정부 16건, 대전 31건, 청주 26건, 대전 31건, 춘천 42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서울 가정법원 219건, 광주가정 173건, 인천 155건, 수원 132건, 대구 98건 창원 69건, 부산 60건 등의 순으로 통고가 많았다.
통고 제도는 소년범에 한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치지 않고 법원이 처벌 여부를 따져 사건의 경중에 따라 화해나 청소년 보호시설 또는 교육시설에 바로 연계하는 법원 절차로 1963년 소년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대상은 10세부터 19세 미만 연령대의 소년 중 비행행동을 했거나 장래 비행행동을 할 우려가 높은 소년이며, 통고는 보호자와 교육기관의 장 등 소년의 관계인이 할 수 있다.
주 사건 대상은 집단 따돌림이나 형사 사건화 가능성이 높은 사안, 가정 보호가 미약하고 지속적인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 정신장애 등이 의심되는 학생 등으로 통고 제도를 통해 법원에 사건 처리가 의뢰되면 수사기록이 남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으며, 법원의 처리 또한 수사기관에 통보되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통고 건수는 1051건이었지만 이는 전체 소년 사건 4만6497건의 2.3%에 해당하는 저조한 수치다. 전주지법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단 한 건의 통고도 없었다.
5년 간 통고 접수 사건의 법원 처분은 전체 1051건 중 81.1%인 853건에 대해 보호처분 결정을 내려졌으며 다시 검사에게 송치해 형사재판화 한 건수는 3건 뿐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통고 제도 활용이 저조한 것은 보호자나 시설장, 학교장들의 무관심과 법원 절차라는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제도에 대한 법원의 홍보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 의원은 “소년법상 통고 제도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의 목적보다 해당 학생의 미래를 위한 ‘선도’와 ‘관리’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도 통고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법원이 단순 판결을 내리는 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사법서비스 주체인 국민들을 위한 각종 문제해결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