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지난달 5일 첫 대표연설에서“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이전의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보수 정부와 새누리당 전체의 생각일리 만무하지만, 이 대표 본인이 보수 정당과 보수 정부에 몸을 담으며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진정성 있게 들렸다.
물론,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주장과 반성에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그는 실제 국회 연설에서도 ‘보수정당-호남연대’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호남 인사차별론은 신념에 가깝다고 할 만큼 일관성이 있다. 지난 8월 전주에서 가진 호남전당대회에서“탯줄을 어디 묻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된다면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며 호남 출신의 인사 불이익에 대해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의원 신분 때도 그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인사탕평책을 강하게 주장했다. 호남인사 차별 사례가 있을 때마다 현장조사에 나가고 공개할 것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런 이 대표가 최근 정읍 축산농가와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호남 소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를 설득하기 위해 법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이를 호남 차별의 해소와 연결시킨 데는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청탁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소외가 부정청탁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리 선의라도 견강부회다. 청탁금지법상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의 청탁은 금지 사항조차 아니다.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트레이드마크가 이렇게 희화화 돼서는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제 당 대표다. 청탁법을 들먹이지 않고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