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역사가 주는 메시지

▲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지난 9월 12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과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한반도에도 강력한 내륙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전에는 알지 못 했던 새로운 공포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한켠에서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에 따라 더 큰 지진이나 지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안심하라고 말하지만, 그러기에는 과거의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지진이 처음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충격과 다르게, 역사를 아는 이는 이번 지진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삼국사기》만 봐도 경주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여러차례 발생했다. “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았다.(34년 2월)”, “집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었다.(100년 10월)”, “집들이 땅속으로 가라앉고 연못이 생겼다.(123년 5월)”는 등 2000여년이 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지진에 대한 묘사가 아주 생생하다. 특히 779년 3월에는 경주지방의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무려 100여명에 이르렀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지진의 위험이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 왔었던 것은, 경주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만이 아니다. 조선시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전라도 지역의 지진 발생 기록은 무려 200건이 넘는다. 한 해 동안 수 개월 사이 잇달아 발생한 기록도 존재하고, 중종 재위 기간에는 50건에 달하는 지진 기록이 존재하기도 한다. 경상도 지진 기록처럼 “사람이 죽었다”거나 “집들이 무너졌다”는 등의 구체적인 피해 기록은 없지만 전라도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역사의 증거인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연달아 발생한 재난이 결코 예삿일이 아니고 이미 역사 속에서 수많은 반복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과오를 반복하기엔, 다가올 재난의 위험이 너무 크다. 전라도 지역은 백제문화의 산실로서 도시 곳곳마다 귀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될까 걱정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국토와 인명의 안전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인근에는 원자력발전소 12기가 주변에서 가동 중이며, 전라도 영광에도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국토가 크지 않아 만일의 피해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국토 전체에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대재앙이 발생 할 수도 있다. 당장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규모 9.0 수준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때 대규모 인명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지 않았던가.

 

이번 지진의 규모나 이어지고 있는 여진은 분명 현세대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눈을 과거로 돌리면 이것은 결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고를 통해 우리나라가 재난으로부터 안전지대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버려야 한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란 말이 있고, 토인비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데 있다”고 했다. 단지 책상 위 보고서로 재점검을 마치고 안전을 강조하기에는 역사의 울부짖음이 크다. 역사가 전해주는 경고를 헛되이 여기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조상의 메시지로 알고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