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국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본보 객원 논설위원

미국의 남북전쟁 때인 1862년 유사 이래 최대 역사인 2826㎞의 대륙횡단 철도공사가 착공됐다.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긴 유럽철도보다 전체 길이가 더 길었다.

 

남북전쟁의 내전 속에서 링컨 대통령은 미 합중국의 화합과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이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했다. 실제 국민들은 많은 기대와 경제적 효과에 부풀어 그간 원수처럼 적대시하며 지내던 남북 간이 화합과 평화의 길을 선택했다.

 

전체 공사 구간 중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공사 도중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난공사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고 수많은 인부들이 가파른 절벽에서 눈사태를 맞아 죽어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 줄도 모를 정도로 인명 피해가 컸다. 눈 녹은 다음해 봄에야 사체를 발견해서 장례를 치렀다고 하니까 얼마나 힘든 공사였는가가 짐작이 된다.

 

6년 공사 끝에 1869년 준공이 됐다. 이 철로가 완공된 이후 40년간 미국의 제조업이 3.5배 국민 총생산은 4배로 늘었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이어지면서 6개월 걸리던 동서가 6일이면 도착되고 화물운임도 10분의 1로 낮춰졌다. 이 대륙횡단 철로 개설로 미국을 수출 대국으로 만들었고 해양대국으로 성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다. 이런 지정학적 상황을 잘 활용해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부두를 건설하는 등 수출입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창업 1세대들은 모래바람이 부는 갈대 숲 속에서 바다를 통해서 미래의 꿈을 키워 나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투철한 개척과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한진해운을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가 만든 귀중한 수출 화물을 싣고 가던 선박들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당해 정박하지도 못하고 바다에서 침몰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그간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우리의 해양자존심과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만한 부실 경영으로 회사가 침몰해 가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 짓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당장 우리 수출품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최은영 회장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진해운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한때 태극기를 꽂고 세계7위를 자랑하던 선박회사가 선원들은 먹을 것을 달라며 호소하는 모습이 세계 언론에 그대로 비추어졌다. 한진해운 소속 수출입 선박이 여러 항구에서 압류당하는 상황까지 왔었다. 귀중한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천덕꾸러기 쓰레기처럼 세계 언론에 비추어졌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대기업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국민적 기업 성격이 강하다. 때로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은행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그룹 총수는 목숨까지도 바친다는 각오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

 

최 회장은 누군가. 재벌가에서 금수저로 태어나 고생 한번 안 해보고 온갖 부귀영화만 누리며 오늘의 한진해운을 이끌어 가는 총수가 되었다.

 

그가 기름 묻은 장갑 때 묻은 작업복 한 벌을 세탁해 보았겠는가. 오늘의 사태는 인재다. 호황 때 긴축하고 재정과 조직을 더 공고히 해야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호황 때 용선료를 비싸게 계약하고 임대 선박을 확보한 것이 부실경영의 원인이 되었다. 기업인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갖고 항상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닥쳐도 물리칠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