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장애인체육이 한해 농사를 제대로 지으면서 모처럼 풍년가를 불렀다.
지난 21일 충남에서 개최된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한 전북선수단은 지난 25일 폐막과 함께 전국 12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6위에서 4단계가 오른 것으로 2007년 전북도장애인체육회 설립 이후 최고다.
매번 바닥권을 맴돌던 전북의 수직상승은 도장애인체육회의 철저한 대비와 어느 때보다도 더 강했던 선수단의 투지, 연맹의 노력 덕분으로 요약된다.
특히 장애인체육회가 올 체전에 대비해 종합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우수 신인선수를 발굴, 영입하고 종목별 전문지도자를 배치해 선수단의 전력과 경기력을 향상시킨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체육회는 먼저 선수들로 하여금 각종 대회 출전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적은 예산을 대회 유치에 쓰기보다는 경기 횟수와 경험을 늘려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포석이다.
또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선수들을 체전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사전에 보내 현지 적응을 돕는 훈련도 병행했다.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한 심리 프로그램도 효과를 거뒀다. 전북대 사범대와 협력해 심리 훈련을 실시하고 체전 현장으로 연구원을 파견, 지속적인 관리를 했다.
이어 지도자의 역할에 주목해 볼링, 역도, 양궁, 펜싱, 사이클, 육상 종목에 전문지도자를 배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전북 전체 득점의 43%를 6개 종목이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론볼, 보치아 등 8개 종목에 생활체육의 주특기 지도자 강습도 가미했다.
변화된 체전 점수제에 대한 대책도 세웠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점수 비중을 고려해 선수단을 선발하고 특정 종목의 출전 여부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전북의 순위 변화를 이끌어냈다.
선수들의 투혼도 사기 진작에 큰 몫을 했다. 실제 볼링 금메달 김미애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육상 3관왕 박정규는 열흘 전 뇌수술을 받고 출전하는 파이팅을 보였다.
안정화된 연맹의 운영 시스템과 장애인체육회 사무처 직원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 또한 성적 상승의 탄탄한 기반으로 작용했다.
26일 체전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 총감독인 도장애인체육회 노경일 사무처장은 “전북의 선전은 선수, 연맹, 사무처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며 “그럼에도 부족한 예산의 확충과 장애인 전용체육관의 추가 건립, 모든 시·군의 장애인체육회 설립 등 많은 과제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노 처장은 이어 “당장 시작된 도내 다관왕들에 대한 타시도의 스카우트를 막아내는 한편 선수들의 훈련 기간을 연장하고 이들이 마음 놓고 운동하도록 용품과 각종 비용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업팀이 없는 도내 상황에서 장애인 선수 채용 등 민간기업의 일자리 제공과 개인 후원 또한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