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수 시집 〈초록배추 애벌레〉·나기채 〈고향〉 펴내

 

이상기온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 다소 쌀쌀함이 느껴질 때 읽는 따뜻한 시 한 편은 앞만 보며 달려오느라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을 두드린다. 원초적 생명과 인간 본연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담은 시어들은 시상이 되어 깊어가는 가을을 붙잡는다.

 

정군수 시인(석정문학 회장)의 시집 <초록배추 애벌레> (인간과문학사)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성찰하게 한다.

 

<초록배추 애벌레> 는 꽃, 나무, 벌레, 계절 등 자연 현상을 시적 화자의 마음으로 형상화시켜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을 탐구하고자 한다. .

 

‘봄비는 우산도 받지 않고 내린다’로 시작되는 시 ‘봄비’는 자연현상을 아름다운 인간생활로 상징해 인간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시인은 자작시 해설을 통해 “행여 누가 보고 들을까 봐 우산도 받지 않고 조용조용 맨몸으로 내리는 비야말로 순수한 인간과 가까워지기 위한 봄비의 친화적 행위”라고 밝히고 있다.

 

정군수 시인은 국어교사로 정년퇴임한 이후 계간지 <시대문학> 을 통해 등단했으며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 <봄날은 간다> ,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의 시집과 저서를 펴냈다.

 

시인 겸 수필가 나기채의 시집 <고향> (도서출판 맘)’도 가을의 정취를 물씬 담아냈다.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삶에 대한 성찰을 진솔하게 담아낸 <고향> 은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실었던 작품과 미발표 시들을 모아 엮어낸 시집이다.

 

표제시 ‘고향’은 사립문 너머로 풍겨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향기를 잡아내듯 기억 속에 사라진 시어들을 얼어붙은 시린 손을 감싸쥐듯 잡아준다.

 

전원범 시인(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은 발문에서 “나기채 시인의 시는 고향에 대한 회귀의식과 자연의 동경, 꽃을 사랑하는 마음, 일상적 삶에 대한 성찰, 그리움의 정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고창 출신으로 1992년 전북 시문예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문예사조> 수필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신문학인협회 이사, 미당문학회 이사, 한국수필문학, 전북문인협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한 페이지 추억>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