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전반이 절단된 작금의 사태
박근혜 정권 초기에 임명된 유진룡 장관은 문화 영역에서 이력을 쌓아온 정통 관료 출신으로 문화계 안팎에서 능력과 소신을 갖춘 인사라고 평가를 받아왔다. 대선기간과 취임초기에 창조경제 기반 하에 문화융성을 국정 최고의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유 장관 및 전문가들이 추진하였다. 하지만 중도 탈락하게 된다. 이 때 빠진 그림이 최근에 드러났다.
조선일보에 의하면 최순실씨가 ‘국가 이미지 통합’ 등의 사업으로 문화계 예산에 영향력 행사를 계획하면서, 2014년 7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물러나게 하고, 문화계 황태자인 차은택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문체부 장관으로 부임하고, 한달후인 8월 차씨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위촉된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문체부 내 ‘유진룡 라인’ 1급 공무원 6명이 사표를 내고 이 중 3명이 문체부를 떠났다. 그해 11월에는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되고, 12월에는 차씨의 오랜 지인인 제일기획 상무 출신의 송성각씨가 콘텐츠 진흥원장으로 임명되고, 이로써 차씨는 문체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문화창조 융합본부장을 맡게 된다.
이와 같이 1년간 문화융성 사업의 전반을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융합벨트 등으로 재구성하고, 대통령, 청와대, 문체부, 콘텐츠진흥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 최상층의 정책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사업의 관리 및 집행, 사업의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한 것이다.
작금의 사태는 국정 전반이 절단된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새로운 산업 시대를 준비해야할 역량이 몇몇 개인의 농단에 의해 오염된 것이다. 국가 전반의 체계 구축이 중요사항이지만, 미래의 먹거리이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지속하며, 창업 벤처 흐름을 유지할 수 있고, 투명한 사업 진행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이 시급하다.
국정조사로 의혹 가려내야
이를 위해 첫째,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로 의혹을 가려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6조원에 육박하는 문체부 예산안이 논의 중이다. 특히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은 2019년까지 7000억원 규모로 내년 예산 1278억원이 투입된다. 두 번째, 미르재단에서 보듯 동반성장이란 명목으로 대기업에 세금 지원하는 사업은 폐지돼야 한다. 세 번째, 문화예술계를 블랙리스트라는 유신시대에 성행하던 행태로 규제하고 압박했던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사업에서 인맥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 네 번째, 이 사건을 계기로 콘텐츠산업 및 문화예술계에서는 현재 선진국들의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콘텐츠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장기적 발전 방향과 정책이 논의되어 차기 정권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나 집단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