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정신을 아시나요?

네이밍, 혁신의 출발점이자 풍부한 서사로 이끄는 공감 / 우체국, 조직혁신 운동 전개

▲ 김병수 전북지방우정청장

또 한 차례 노벨상 시즌이 지나갔다. 이때면 한국인 수상 여부도 관심이지만 학교시절 교재 등에 한국인이 주창한 개념이나 이론을 찾기가 쉽지 않아 느꼈던 아쉬움이 늘 떠오른다. 인류사 근대의 사회경제이론과 제도 대부분이 서구유럽에서 발상되고 발전되어온 역사를 익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ICT 등은 최고 수준인 만큼 그때의 아쉬움은 많이 가셨으나 아직도 사회경제분야에 새로운 개념이나 조어, 이론 등이 나오면 대단히 흥미롭게 살펴본다.

 

요즘 어떤 서비스나 제품명이 동사처럼 쓰이는 현상이 적지 않다. 카톡해(메시지를 주고 받다), 포샵해(사진을 합성하다) 등이 그것이다. 구글을 상징화한 구글리셔스(Googlicious)라는 단어는 멋지다, 훌륭하다는 뜻으로 영어사전에도 올라있다.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한편, 정부정책에 있어서도 정책에 대한 첫인상과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정책이름짓기, 네이밍이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K-컬쳐, 행복e음, ON고을, Softwaring 등등이 그 예다. 심지어 학술분야에도 논문 제목의 네이밍을 자문하는 업이 있다고 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직의 존재이유나 정책취지를 제대로 그리고 새롭게 살펴내는 네이밍은 혁신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네이밍에 과감한 발상과 접근이 필요한 소이가 그것이다.

 

언어적 관점에서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네이밍을 통한 말의 함축 못지 않게 그 정책의 맥락에 대한 서사가 풍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스토리텔링이 그것이다. 서사가 풍부해야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고, 무엇보다 단지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희망과 꿈, 목표에 깊이 다가가 함께 공감하고 행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은 아무리 잘 차 골을 넣어도 스토리가 되지 않듯이 사람들은 영웅이 어떤 문제를 별다른 사연 없이 해치워 성공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위대한 인물이나 기업, 국가의 스토리는 여러 번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보고 들을수록 더 당기고 더 새겨지는 깊이가 있다.

 

우체국은 국가사회의 소통과 경제, 복지정책 측면에서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인프라이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보급 이후 우체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인식이 다소 약화되는 경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국민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우체국의 미래비전을 마련하고 아울러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조직문화혁신 요구가 높다. 이에 전북지방우정청은 미래비전으로 “살아있는 우체국, 라이브 POST”라는 반어적 네이밍을 하고, 그 서사의 하나로 우체국정신(POSTSHIP)을 POST의 머리글자를 인용하여 PASSION, OPENNESS, SCIENCE, TRY로 정의하는 조직문화혁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체국의 존재가치와 소임에 높은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우체국 안팎의 세상 흐름에 늘 개방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며,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자료나 정보를 일회적 단편적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높은 목표달성을 향하여 과감히 도전하자는 뜻이다.

 

물론 이런 류의 조어작업은 적지 않은 기업에서 그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POST라는 말은 영어사전상 우체국뿐만이 아니라, 어떤 지위나 맡은 자리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전북지방우정청 라이브 POST 운동의 POSTSHIP 서사는 어느 조직에나 적용가능한 경영과제이고, 아울러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직업윤리가 되지 않나 싶다. 하여 또 한번의 노벨상 시즌을 보내며 욕심에 라이브 POST운동의 네이밍과 POSTSHIP 서사가 혁신 교과서에 한 줄 쓰이는 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