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객 편의냐, 환경 보존이냐…’
전주시가 시민들의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주천과 삼천변의 가로등 및 화장실 문제로 고민이 깊다.
수 년에 걸친 노력으로 전주천과 삼천이 이제는 전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전주의 명물이 됐지만, 일부 시민들은 전주천과 삼천변 산책로에 조명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전주시에 따르면 과거 콘크리트 제방과 주차장, 각종 생활하수 및 폐수 등으로 생물이 거의 살 수 없는 4~5급수의 하천으로 전락했던 이들 하천은 1998년 자연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복원됐다. 특히 전주천 상류에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이 살고 있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과 환경을 자랑하며, 늦가을이 되면 전주천 둔치에서 피어나는 물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더욱 가깝게 즐기기 위해 전주천과 삼천 둔치에는 산책로가 설치돼 있다.
완산구청이 이동교 인근 산책로의 통행 인구를 조사한 결과 저녁에도 시간당 300여 명의 시민이 지나다니는 것으로 나타나 이제는 전주 시민의 생활 속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책로 주변에 공중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조명시설이 없는 곳도 많아 범죄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완산구청은 서부신시가지 홍산교부터 이동교까지 산책로 도로에 태양광을 이용한 LED등 2200여 개를 시범적으로 설치했고, 마전교 아래와 효천지구, 전주천 상류의 안적교 등 4곳에 간이 화장실도 설치했다.
하지만 간이 화장실은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심하고, 여전히 조명시설이 전혀 없는 구간도 많아 음침하다는 시민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다.
삼천변을 자주 산책한다는 시민 홍모 씨(42)는 “저녁에 산책하러 나와 걷다 보면 음침한 곳이 많아 지나다니기 꺼림칙하다”며 “가로등이라도 설치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천변 산책로의 경우 본래 하천에 속하는 부지로 주민들이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전기 설비 등은 가급적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또 하천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동식물들의 안식처이자 생활 터전인 만큼 최대한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저녁에도 밝은 불빛들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환경적인 측면을 더 고려해 추가로 가로등이나 화장실 등은 설치하지 않고 지금의 생태하천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며 “다만 산책로 주변에 개방화장실을 확대하는 방안 등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시민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도심 외곽의 산책로에는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