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채권추심업무 정착 기대

과도한 채권추심 피해 / 추심행위 처벌근거 추가 / 룰 내에서 권리 행사해야

▲ 김진우 금융감독원 전주지원장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카드 사용 등 신용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채권추심이란 용어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채권추심은 채권자가 약속한 기한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채무자로부터 이를 받아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대출받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추심을 위탁받은 신용정보회사, 심지어 대출받은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한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채권추심 업무를 하고 있다.

 

문턱이 높아 은행을 이용하기 힘든 서민들이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 등에서 빌린 소액채권에 대부분 채권추심이 집중되었고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가정이 파괴되거나 인간의 기본적 존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심각성 때문에 채권추심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채무 사실을 제삼자에게 알리는 행위, 과도한 전화독촉, 폭언·협박 등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게 되었고,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탕으로 채권추심업무 전반의 내부통제 절차, 추심시 준수사항 등을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하였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추심관련 민원은 2013년 3,469건에서 2015년 1,635건으로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다. 그러나 민원 내용을 보면 자녀들이 모친의 빚 상환을 요구받거나 전화독촉을 하루에 10회에 걸쳐 받거나 모욕적 언사로 독촉을 받는 것에 대한 호소 등이 많아 과도한 채권추심에 따른 사회적 피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였다. 우선 대형 대부업체들을 새롭게 적용대상으로 편입시켰고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추심이나 매각 금지, 추심업자의 채권 입증자료 확보 의무화, 채무독촉 횟수제한 강화 등을 추가로 준수사항에 반영시켰다. 특히, 기존에는 제재·처벌이 무허가 추심업자나 불법 추심행위를 한 당사자에게 집중되었으나 무허가 추심업자에게 추심을 위임한 회사와 불법 추심행위를 한 추심인의 소속회사에 대한 처벌근거를 추가하여 금융회사와 추심회사의 감독 책임을 강화하였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추심은 당연한 권리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채권자에 대한 다소 과도한 권리 제한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동 가이드라인이 과도한 추심에 따른 서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하에서 시행되는 만큼 정해진 ‘룰(rule)’ 내에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적용대상이 된 대부업자들은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내부 업무절차를 정비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추심과정까지 이르게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대출 시에는 본인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불가피하게 기일 내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합리적 상환계획을 제시하는 등 상환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돈은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채권추심 과정은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채권자는 손실을 입을 수 있고 채무자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생활이 더 악화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서 모쪼록 11월 7일에 시행되는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이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여 건전한 채권추심 관행이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