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그늘에
긴 다리를 쭉 쳐놓고
바람도 낮잠을 잔다.
바람이 불지 않는 오후
멍멍이도
감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잔다.
저 멀리 개울물도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다가 낮잠에서 바람이 깨어나면
나뭇잎들이 마구마구 흔들린다.
멍멍이도 컹컹 짖는다.
개울물도 또랑또랑 시끄럽게 흘러간다.
△정원의 나무들이 흔들림 없이 아주아주 잠잠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이유를 문윤 어린이 시를 읽고 알게 되었어요. 그때는 바로 바람이 낮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라는 걸. 좋은 시는 사물에게 생명을 주지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물들이 문윤 어린이에게서 생명을 얻게 될까요?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만큼 멋진 시입니다. 박서진(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