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독립영화제가 지역 영화인 잔치에서 나아가 전국의 재능 있는 독립영화인들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4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응모돼 전국 영화인들의 영화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확인했다. 관객도 지난해보다 늘어났고 GV(관객과의대화)도 활발했다.
하지만 출품작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운영해온 섹션을 중단하기도 했다. 규모와 관심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영화제 프로그램, 인력, 예산 등 전반적 운영에 대한 과제도 생겼다.
지난 3일부터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등지에서 닷새 동안 열린 제16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는 총 27회의 상영을 통해 47편의 영화(장편 5편, 단편 42편)를 선보였다.
올해는 유료 상영관이 두 곳으로 늘어났고, 유료 상영 횟수도 증가했다. 관객도 약 1500명으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평일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었지만 개막작을 비롯한 경쟁2, 경쟁5 섹션은 매진됐다. 특히 GV(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던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매회 평균 61%의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전국의 독립영화인과 관객들의 소통을 높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행사의 규모와 관심이 늘어난 데에는 전북독립영화제가 영화인들에게 전국 단위 영화제라고 확실히 인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지역 영화제였던 전북독립영화제가 전국 단위 공모 영화제로 바뀐 지 올해로 5년째. 전국 영화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출품작 수가 점점 증가, 올 영화제에는 총 397편이 들어왔다. 지난해에 비해 100여 편 늘어난 수치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처음으로 장편 독립영화 부문 시상을 시작했고, 올해는 배우상을 신설했다.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기존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지역 영화를 상영하는 ‘살롱데 르퓌제’ 섹션은 올해 본선 미진출작이 많아지면서 잠정 중단했다.
유순희 집행위원장은 “지역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기쁜 일인데, 출품작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지역 영화 상영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며 “지역영화가 영화제 안에서 더 많이 선보여질 수 있도록 변화된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섹션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출품작이 늘어나면서 상영작 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는데, 판을 키우기보다는 전북독립영화제만의 정체성을 지키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제의 입장이다.
유순희 집행위원장은 “지역 영화인들과 관객과의 밀착도가 높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이고 본질이다”면서 “무리하게 확장하기 보다는 지역 영화계를 조명하고 관객과 영화인 사이 가장 가까운 통로를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영호 조직위원장 역시 개막식에서 “세계는 지역에서 시작한다”며 지역 영화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역 영화계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독립영화협회간 연대와 교류도 강화한다. “굵직한 국제영화제도 중요하지만 지역 영화인들과 유관기관들과 교류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유 위원장은 “영화제 기간 전북, 대전, 부산, 제주 등 7개 지역 협회가 ‘네트워크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이처럼 지역과 지역이 연대해 또 다른 영화 힘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