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30)는 요즘 직장에서 늦게 퇴근을 하면 집에 가기가 무섭다. 입사하며 얻은 골목에 있는 자취방이 낮에는 괜찮지만, 밤이 되면 골목에 지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섬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날도 빨리 어두워져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최근 일어났던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문기사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A씨는 몇 달 전 드라마에서 본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아주머니 두 분이 버스정류장에 내린 여성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장면을 떠올리며 전주에도 드라마처럼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늦은 밤 홀로 귀가하는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안심귀가 서비스와 같은 여성보호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성보다 물리적인 면에서 방어능력이 약한 여성의 경우 강도·절도·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심야에 혼자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끌고 가 추행하려던 남성이 붙잡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늦은 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늦은 밤 홀로 귀가하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에서는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심야 시간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2인 1조로 된 봉사자들이 신청 여성과 함께 주거지까지 동행해 주는 서비스로, 지난 2013년 서울시에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다.
전북지역에서도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서비스가 시행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25개 전 자치구에서 안심귀가 서비스가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도 쉽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의 경우 지자체 자체적으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하는 곳은 없으며, 지역 파출소나 112에 요청을 하면 가까운 자율방범대에서 지원을 나가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전북지역의 자율방범대는 280여 곳으로 모두 7500여 명의 자율방범대원이 돌아가며 봉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안심귀가 서비스와 관련해 하루 몇 건의 요청과 출동이 이뤄지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율방범 차량 등에 홍보 전단을 부착하는 등 홍보를 하고 있어 밤늦게 끝나는 학생들의 경우 요청을 꽤 하는 편이다”며 “더 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홍보를 위해서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면 예산이 많이 소요되고, 서비스 효용에 대한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도에서는 먼저 여성보호 캠페인과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폭력예방 교육 등을 통해 여성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