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개헌

▲ 이용호 국회의원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보증을 선 안토니오를 찾아가 “살을 베어가겠다”고 말했을 때, 재판관 포샤는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말고 살만 베어가라”고 판결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어떻게 살을 베어가겠는가?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다.

 

작금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이 이야기가 자꾸 다시 떠오른다. 모름지기 헌정 중단을 막으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은 이 국정농단의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이 몸통이고 대통령의 비호 아래 생긴 부패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패 문제 원인은 제도

 

헌데, 지금의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인 대통령은 정작 진실한 고백이나 근본적인 태도변화 없이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상황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 나는 이런 대통령의 태도가 정국을 더 꼬이게 하고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또 야당으로 하여금 정권 퇴진을 압박하는 등의 더욱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도록 만들었다.

 

정권 말기가 되면 어김없이 부패 스캔들이 반복돼 왔다. 기본적으로는 대통령 주변관리에 문제가 있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 자체가 문제다. 이제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중심제가 계속되는 한 똑같은 위기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대선 주자들은 나름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위한 헌신에 나서고자 했지만 승리의 전리품을 노리고 그 주변에 포진한 비선들은 언제나 부패의 진원이 되곤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자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제가 각각 비선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은 형제도 자식도 없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지만 혈육과도 인연을 끊고 살아온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 화근이었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현 헌정체제를 그대로 둔다면, 이름만 바뀐 게이트는 또 일어날 것이다.

 

몇몇 인사는 벌써 내년 대선을 겨냥해 뛰고 있다. 국민들은 누가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은 다를 거라는 환상 속에서 사는 법이다. 대권주자들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의 대통령보다 잘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나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경험에서 보듯 이제 나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국가적 대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주체는 가장 최근 국민으로부터 신임 받은 국회여야 한다. 진실은 철저히 규명하되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국회가 ‘포샤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국회 중심 개헌 되어야

 

현재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경제적 민주화다. 과거 정치 민주화가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이었다면, 경제 민주화란 각 분야에 포진해 있는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선이 불분명하고 때로는 피아 구별도 되지 않는 끝없는 전투를 할 때이다. 분권형 개헌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 중심제는 수명이 다했다. 5년마다 반복되는 비극을 차제에 끝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표 개헌은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무효화됐지만 개헌의 불씨는 살려야 한다. 국회가 중심이 된 개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