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새만금 방조제에 매주 왔습니다. 굉음과 함께요.”
군산경찰서 비응파출소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나가보니 위험해서 단속은 꿈도 못 꾸겠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계 최장(33.9㎞) 군산 새만금 방조제에서 매 주말 저녁 폭주족과의 위험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9일 군산 새만금 방조제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해 고속 주행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모 씨(37)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차량을 불법 개조한 혐의(자동차 관리법 위반)로 박모 씨(34) 등 7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 방조제 너울쉼터~소라쉼터 2㎞ 구간에서 올해 4월 16일부터 42일간 낚시꾼으로 위장·잠복하며 동영상을 확보해 이 중 일부를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한 사람이 휴대전화 불빛을 흔들어 신호를 내리자 차량 2대가 굉음과 함께 급발진으로 최고 속도를 올렸다. 이어 또 다른 차량 1대가 뒤따라 승부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은 갓길에서 팔짱을 낀 채 관람하고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경주를 하기 위해 100여 m를 역주행하며 출발선에 서기도 했다.
평균 시속 200~300㎞(최고 시속 350㎞) 속도를 내기 위해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차량을 타고 오거나 국산 1600㏄ 차량을 500마력으로 높이는 등 불법 개조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회사원·대학생·공무원·운전업 등 다양한 직업군이지만 자동차 동호회 회원 등 친목 모임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로 SNS와 인터넷 카페에 활동 계획과 레이싱 장면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본보가 조사한 상당수 자동차 동호회 카페에서는 속칭 ‘달벙(달리기 번개)’ ‘세벙(세차 번개)’ 등의 은어로 만남을 공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2007년 ‘군산튜닝카 드레그 레이스’대회가 열린 새만금방조제가 최근들어 주말 저녁 폭주족들의 성지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실제 새만금방조제 일대 치안을 담당하는 비응파출소는 매주 ‘굉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응파출소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 소라쉼터 인근에서 관련 신고가 올해 들어서만 25건이나 접수됐다.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하면 매주 토요일 신고가 들어온 셈이라는 것이 비응파출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새만금33센터 직원들이 가장 많은 위협을 느껴 신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현장에 나가도 부안 방향으로 도망가는 폭주족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시속 176㎞로 달리던 K5차량이 진로를 변경하던 투싼 차량을 들이받아 투싼 운전자가 숨졌고, 같은 해 9월 인피니티 차량이 길을 건너던 낚시꾼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사고 모두 ‘주말’ ‘심야’ ‘새만금방조제’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놓고 불법 레이싱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박승관 경정은 “폭주레이싱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정지하고, 불법 튜닝된 차들은 증거물로 압수할 예정”이라면서 “새만금 방조제 일대에 설치된 과속단속 카메라 7대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시설과 단속의 미비점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