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한국 경제와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개 속에 빠진 정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높아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쇼크’까지 겹치자 이제부터는 경제·외교·국방만이라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 같은 여론의 확산은 야권의 거부로 제동이 걸린 ‘국회 추천 총리 협상’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여야는 각기 다른 셈법을 내놓고 있다.
야권은 “트럼프 쇼크와 최순실 사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박 대통령이 총리 추천 협상에 앞서 즉각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이 생각하는 2선 퇴진은 대통령이 내치는 물론 외치에서도 물러나는 것이다. 사실상 총리에게 전권을 넘겨준 ‘식물 대통령’을 의미한다. 트럼프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최순실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광수 전북도당위원장은 “최순실과 별개의 문제인 미국 대선을 핑계로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소한 본인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는 다해도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배숙 의원은 “정치적 탄핵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우리가 한미 양국 간 정상외교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오히려 외교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은 박 대통령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외교안보분야는 과도내각하에서 임명된 총리가 담당하면 된다”며 “내치에 실패한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국민은 이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는데, 이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며 “정부와 여당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고 하지 말고, ‘최순실 사태’부터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변했다.
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당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위헌적 결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가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를 돌파해야 할 국가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라며 “야3당은 하루속히 총리 적임자를 추천해 거국내각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담당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어 “외교와 국방까지 넘기는 것은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