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운드 오브 뮤직 원작-폰 트랩가의 이야기

세월 뛰어넘는 가족애…'라이브 성찬'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영화를 바탕으로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가족뮤지컬 ‘폰 트랩가의 이야기’가 지난 11~12일 모악당에서 열렸다.

 

개관 15년 역사를 자랑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지역의 다른 공연장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있는 아티스트와 공연팀을 섭외하고, 이미 제작되어 있는 작품을 가져왔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과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가 ‘폰 트랩가의 이야기’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전쟁 속에서 꽃피우는 일곱 아이들과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은 제작을 위해 지역 문화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숨어있던 배우들이 선발되었으며, 지역의 예술단체들도 함께했다. 관람을 통해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향유하는 수준으로 지역 문화계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주체 측의 의도다.

 

그렇지만 그 시도가 뮤지컬이라고 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뮤지컬이라는 복합적 장르의 특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을 대표하는 ‘클나무오케스트라’와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소리문화창작소 신’의 협업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내부의 기획팀은 물론 음향, 조명, 무대 등 기술 인력과 시스템도 힘을 보탰다.

 

관객들은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고, 무대는 다양한 배우와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물론 100여 명이 넘는 출연진을 넉넉하지 않은 예산을 통해 선발하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은 12년 전인 2004년 제작된 ‘오즈의 마법사’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제작했던 마지막 뮤지컬 작품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악당이라는 커다란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에 뮤지컬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게 되었다. 모악당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뮤지컬이라는 예술장르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한 후에 보여주었던 만족스러운 표정 속에서 이번 시도가 갖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출연진의 연기와 발성은 전문 뮤지컬 공연 팀과의 차이를 실감하게 하였으며, 2시간가량 지속된 공연 시간은 관객들이 집중도를 유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시간이었다.

 

12년의 공백을 뛰어넘은 이번 ‘폰 트랩가의 이야기’를 발판으로 보다 성숙한 뮤지컬 작품을 또다시 감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현종(JTV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