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 지혜를 모으자] 송기도 전북대 교수, 분노하자 그리고 잊지말자

지난달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원종 비서실장은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쳐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단언했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정했기에 많은 국민들도 야당의원의 의혹제기에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불과 3일 뒤 jtbc는 44건의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 파일이 저장돼있는 최순실 태블릿PC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연설문이 누군가에 의해 최씨 컴퓨터로 옮겨졌고, 박 대통령이 발언하기 전 연설문을 읽어봤다는 것이다.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시작된 최순실게이트는 벌써 3주가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은 마지못해 2번의 대국민사과를 했다. 대통령은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며 꼬리자르기식 사과방송을 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박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30%가 곤두박질쳐 5%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중 최악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6%대 지지율보다 낮은 것이다.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누가 대한민국의 주인인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박대통령에게 5년동안 대한민국을 잘 운영하라고 권한을 위임해주었다. 정부운영의 열쇠를 5년간 맡긴 것이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그 열쇠를 최순실에게 줘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최순실과 그 일당은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하며 국가 인사에 개입하고, 국가기밀을 열어보고, 국가 중요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국민의 세금을 제 돈인양 물쓰듯 했으며,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이 모든 것이 박대통령의 묵인하에 이뤄진 일이었다. 어이가 없다. 국민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최순실이가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돼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박대통령은 꼭두각시였고 공범이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왜 세월호의 학생들이 죽어가야 했는지, 왜 통일이 대박인지, 남북연결의 최후 보루였던 개성공단이 왜 갑작스럽게 폐쇄되어야 했는지, 국정교과서가 왜 만들어져야 했는지, 메르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은 왜 죽어가야 했는지, 왜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일본과 합의를 했는지, 왜 사드를 갑자기 배치하게 됐는지 이제 조금씩 알게 됐다.

 

국민들은 멘붕에 빠졌다. 국민의 마음은 허탈해졌다. 국민들이 화가 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건 나라도 아니다. 이런 엉터리 대통령이 있나. 지난 4년동안 이런 엉터리 정부를 믿고 살아왔단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다. 국민들은 거리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3만, 20만 그리고 지난 12일에는 1백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울시청광장에서 광화문을 거쳐 경복궁에 이르는 길을 모두 메웠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그동안 나라를 이런 꼴로 만든 ‘몸통’을 보호하던 ‘호위무사’들의 가증스런 얼굴들이 하나 둘 벗겨지고 있다. 두려움에 떨면서 지은 죄를 어찌할 바 몰라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두 거짓이다. 믿으면 안된다. 조금만 더 참자. 분노를 가라 앉히지 말자. 흔들리지 말자. 물러나면 안된다. 대오를 이탈하지말자. 그것만이 국민을 개나 돼지로 아는 그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잊지 말자. 이런 엉터리 대통령을 만들고 호위하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세력이 누군인지. 그들을 처단하지 않으면 다시 그들에게 지배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