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아주 잠시는 울거나 웃는 로빈슨크루소우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어떠한 형태로건 동반자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혼자 살 수 없는 우리의 태생적 심리를 대변한다.
우리나라의 문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사업의 대표 얼굴도 문화동반자사업(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 CPI)이다. 동반하여 문화를 발전시키고, 동반하여 세계에 대응하자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명칭이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문화, 예술, 체육, 관광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에 초청되어 약 6개월 간 분야별로 전문연수를 받는 역량강화사업이다.
문화동반자사업의 포부와 실현
2005년부터 실시되어 2015년 시점까지 93개국에서 온 926명의 연수 수료생을 배출하였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연수 수료생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재초청도 이루어졌다.
문화동반자사업이 시작될 때, 우리는 실용적인 꿈을 꾸었다. 2005년 당시,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급했던 우리의 대외 이미지, 한류에 대한 거부감과 혐한 감정의 발생, 세계 경제의 블록화에 비해 아시아에서의 우리의 역할 미흡 등에 대한 반성이 문화동반자사업을 꿈꾸게 했고, 그 꿈의 배는 아시아와 세계로 항해를 시작하였다.
꿈의 실현은 연수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시아와 남미와 아프리카의 연수생들은 한국에 초청되어 각자의 전문분야에 맞는 공공기관들에 소속되어 멘토와 강사의 지원 하에 전문연수를 받고 교류활동을 한다. 문화체험 및 탐방도 이루어지고 장기체류 방식이므로 생활에 도움이 될 한국어교육도 지원된다.
꿈은 우리가 꾸었지만, 우리의 지원을 통해 그들에게로 꿈이 전달되어 이어지고, 꿈의 실현은 결국 그들이 하게 된다. 즉 우리의 실용적인 꿈의 현실적 성취는 그들의 시선과 마음과 활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역량 강화가 우리의 꿈이기 때문이다.
연수자들은 우리 및 우리나라와 심리적 계약관계를 맺고 연수생들은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전문기관에 소속되기 때문에 소속 기관과 암묵적인 성격의 심리적 계약관계를 맺는다. 상호기여를 바탕으로 한 이 계약은 연수를 받는 기간 동안 내내 소속기관에 대해 충성을 다하는 반면 자신의 가치와 이익과 정서에 대한 안정적 보장과 배려를 기대한다. 이 기대가 깨지면 배반감으로 인해 역량강화에 있어 마이너스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난관으로 손꼽힌다. 우리는 과연 연수비용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기대와 정서 등 심리적 계약관계를 충족시켜줄 태도를 구비하였는가?
평가지표와 심리적 계약 충족해야
우리는 그들의 심리적 계약을 충족시켜주는 상대여야 하는 경험 없었던 사업인지라 의구심과 애로사항들이 속출했으나, 이를 극복하며 10년 이상 지속된 사업이니 이제 문화동반자사업의 의미나 수행 방식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 2017년부터는 매너리즘 예방책을 고심하며 사업의 성숙기로 이행해야 한다. 평가지표에 따른 만족도와 성과 뿐 아니라 그들과 우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내밀한 심리적 계약을 충족시킬 행동 대안을 논의할 시점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옅은 우쭐거림과 그 순간의 상대방에 대한 등한시를 자각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지원의 성숙기로 진입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