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

난데없이 청와대발 진돗개 출장 소리가 들려온다. 해운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회장이 채권은행의 협의요청을 뒤로 하고 청와대에서 기르는 진돗개를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로 지정받기 위해 스위스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마스코트가 이미 호랑이로 기운 상황에서 오히려 창피만 당했고, 조 회장은 그 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놔야 했으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블랙코미디이다.

 

요즘 사람들은 화가 넘쳐서인지 걸핏하면 ‘개’라는 동물을 입에 올린다. 개판, 개소리, 개지랄, 개망나니 등이다. SNS에서도 인터넷에도 온통 개타령이다.

 

따지고 보면 개가 제대로 대접받은 적이 언제 있기나 했던가? 개똥, 개떡, 개쑥, 개미나리, 개진달래, 개똥 참외에서부터 개·돼지, 개나 소나, 개꿈, 개구멍 등에 이르기까지, 흔하고 하찮고 격이 낮은 것의 이름 앞에는 ‘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왔다. 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터인데도, 요즘 우리 국민들이 불쌍해서 개들이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는 인류가 가축화한 가장 오래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영리해서 길들이기 쉽고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해 오래전부터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지역 임실군 오수면에도 술에 취해 길 위에서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기진맥진 쓰러져 죽어간 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수(獒樹: 개 나무)라는 면(面)의 이름도 개와 관련돼 있고, 매년 봄이면 의견제도 열린다.

 

오늘날에도 개는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맹인에게 길을 안내하고, 재난현장에서 인간을 구조하며, 군경과 함께 경비에 나서기도 한다. 사냥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친구이자 반려견으로 희망을 주고 있다.

 

넘치는 화를 어찌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그래서 화를 지혜롭게 배출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요즘은 그 출구 중 하나가 개드립인 것 같다. ‘말이냐 방구냐, 대국민 담와, 지지율과 은행금리와의 대결,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의 개드립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유포된다. 이쯤되면 개드립이라는 이름에는 ‘개’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구석도 있다. 억압과 긴장감을 일시에 해소케 하는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드립이라는 말을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이성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