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명장과 무형문화재는 특정 산업과 예능 등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명장은 산업 사회의 산물이고, 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의 산물이다. 명장은 실력이 탁월하고, 창의적이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장인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선정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1986년 이후 616명 정도가 지정돼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20명 정도 선발되는 데 그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만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전통 가구 장인 소병진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1992년 명장이 됐지만 무형문화재 신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명장 타이틀을 디딤돌 삼아 곧바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도 못했다. 그는 무려 20년 후인 2012년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그리고 201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가 됐다. 명장이 무형문화재가 되는데 무려 20년이 걸렸다는 것은 탁월한 기능과 실력을 갖췄다고 해서 곧 무형문화재가 될 수 없는 까다로움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는 전통 기능, 예능의 원형을 최대한 고스란히 보전해 전승하는 작업의 주인공을 일컫는다. 실력이 뛰어나고 더불어 원형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무형문화재가 된다. 전승 기능 실력과 함께 스승이 존재해야 한다.

 

상감청자, 대장경과 함께 고려 최고 업적인 사경은 30℃ 이상 환경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아교를 금니, 은니와 섞어 경전 필사와 탱화 작업을 하는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유교를 중시한 조선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문화재청이 전통 사경을 복원해 국내외에 확산시키고 있는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명예회장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은 국내에 전통 사경을 이어온 스승이 부재한 탓이다.

 

전북도가 지난달 28일 지정 예고한 무형문화재 중 한지공예 지승장 대상자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나와 설왕설래한다. 색지장 분야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전통은 한 번 왜곡되면 훗날 진짜 전통이 된다. 심각하다. 적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 전북도는 올해 예고된 8명 등 무려 42명에 달하는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엄청난 숫자다. 전북이 이 숫자를 자랑스러워 하려면 이번 기회에 보유자들의 기능은 물론 전승활동을 냉철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형문화재는 ‘질’이 먼저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