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이집트나 그리스의 아이 무덤에 끈이 연결된 인형이 함께 묻혔다는 기록이나 고대 로마 시절 비슷한 형태의 인형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기록으로 보면 마리오네트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마리오네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형태의 무대다. 당시 이탈리아의 마리오네트는 대부분 교회에서 어린이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마리오네트는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반면, 교회 밖으로 나온 마리오네트 공연은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다루는 주제나 소재가 대중들의 삶과 밀착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종교적 색채를 벗은 마리오네트는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어 17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마리오네트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오늘에 이르러 이름을 널리 알린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을 갖게 된 배경이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도 마리오네트 극장이 있다. 잘츠부르크 축제와 함께 세계의 관광객을 부르는 이 극장은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르궁 마리오네트, 체코 프라하의 마리오네트와 더불어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잘츠부르크 마리오네트 극장의 인형극 오페라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적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나무인형들의 연기(?)는 놀라웠다. 인형 머리위로 몇 개의 가느다란 줄들이 드러나 보이지만 인형들의 섬세한 몸짓에 줄의 존재는 금세 익숙해지고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공연이 끝나고 암막이 걷히면서 무대 위에서 나타나는 극단 단원들의 표정이다. 섬세하고 치밀한 손동작과 움직임으로 나무인형들의 완벽한 연기를 이끌어낸 단원들의 환한 웃음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잘츠부르크 극장은 같은 이름을 가진 극단이 3대째 상설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1913년 조각가인 안톤 아이처가 취미로 시작한 인형극을 아들인 헤르만이 이어받았는데, 그는 1927년부터 1977년 사망할 때까지 극단을 이끌면서 마리오네트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마리오네트’가 등장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진짜 ‘마리오네트’로서는 이런 수치스러운 일에 비유되는 자체가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