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공감과 위로, 감동이 있어야 한다

성난 국민, 잃어버린 신뢰 기득권·당리당략 버리고 민심 받들어 정치변혁을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해 두 번의 대국민사과 회견을 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선의로 한 일인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비리를 저질렀다 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국정농단사건을 최순실의 개인 비리로 치부했지만 국민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고 했지만 말을 뒤집고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검찰을 믿지 못하고 수사를 거부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국민들은 더욱 큰 분노와 좌절감을 갖고 박근혜 퇴진 촛불로 화답할 것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비서실장인 나도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모두 다 알 수 없다’는 발언을 천연덕스럽게 하며 비선실세는 없고 최순실을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고 단언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뜬금없이 단독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을 때 문재인 전 대표는 보고 받은 바 없고 아는 바 없다 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설마!”하며 믿지 않는다. 지난 총선 직전에 광주 선언을 통해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0여년의 철옹성 호남에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을 얻고도 어물쩍 번복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지도자들의 말이나 약속을 국민들은 상황 면피나 국면 전환용, 표구걸용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뢰하지 않는다. 정치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에 협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벌써 대통령이 됐냐?”는 비판과 함께 민심과 동떨어진 막말이었다. “퇴진 후에도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는 법치국가이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형사소추되지 않더라도 퇴임 후에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선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선판을 크게 흔들 ‘변수’가 될 만한 일을 꺼리며 상황을 ‘관리’하려다 보니 ‘명예로운 퇴진 보장’ 같은 초법적이거나 자신의 처지를 착각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촛불정국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도 이런 ‘부자 몸 사리기’식 태도 때문일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지나치게 안전운행만 하려다가는 대세론에 기댔던 힐러리 짝이 날 수 있다. 정치는 공감과 위로, 감동의 정치여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국민이 분노와 좌절, 허탈함으로 촛불을 밝히며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는 절대 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기득권과 당리당략을 떠나 성난 민심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통해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권에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에 의해 더럽혀지고 상처 입은 국민의 명예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정치인은 현 시국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소속정당이나 인지도, 지지도와 상관없이 현 시국이 주는 교훈과 성난 민심을 제대로 받아안고 정치변혁을 하려는 정치인들이 이후 정국을 주도해갈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사건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과 스스로 사수대를 자처한 새누리당의 해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집권만을 꿈꾸고 있는 야성 없는 야당세력에게도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치권에 일대 격변이 일어날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이 국면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나 집권의 도구로 쓰려하는 모든 정치 세력은 시간 차이는 있으나 정치권에서 퇴출될 것이다. 정치권은 성난 민심에 놀라 주판알을 튀기고 셈법에 여념 없을 것이 아니라 단결하여 민심의 거센 외침을 정치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이미 정치 혁명은 수백만이 참여하고 있는 평화적인 촛불의 광장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