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 고미희 전주시의회 의원
고만큼의 땅에 고만큼의 깊이로 뿌리를 내린 풀꽃들은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달님이 밤새도록 깎아 걸어준 눈물 빛 이슬방울도 풀꽃들은 내 것이 아니라며 살며시 또르르 내려놓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때로는 내 것도 내려놓을 수 있고 내 것이 아닌 것은 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제 것을 내려놓기는 커녕 제 것이 아닌 것까지도 꽉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참 미련합니다.

 

머리 위에서 일하는 우산은 며칠 일하고 멀쩡하게 일 년을 먹고사는데, 발밑에서 일하는 구두는 일 년 내내 일해도 잘 먹고살지도 못하고 몸만 망가집니다. 이렇듯이 우리 사회는 사는 방식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우산같이 사는 사람보다 구두같이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도 우리 사회는 우산같이 사는 사람들이 더 불만이 많고 자기들만 사는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우산에 먼지가 쌓이는 동안 구두가 힘들게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모르나 봅니다.

 

하나같이, 이게 나라냐! 이런 꼴 보려고 이 나라 국민으로 살고 있단 말인가! 분노가 용암처럼 정수리를 뚫고 터져 나올 것 같아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만 치고 있습니다. 지금 멀고 큰 나라일만 가지고 감정의 날을 세우며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눈을 돌려 가까이 우리 전북의 현안도 한 번쯤 들여다보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2011년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를 하겠다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떠들썩하게 깃발을 꽂았었습니다. 새만금은 전라북도가 새로운 문명을 열어나가는데 꼭 필요한 요충지입니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소문을 내며 체결한 양해각서가 지금에 와서는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미 새만금 투자 철회를 공식화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처음 이 사업을 추진할 때 정말로 삼성의 투자를 유치할 마음이 있었는지 그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과 들이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며 서서히 비워가고 있습니다. 논과 밭도 애써 가꿔온 곡식을 모두 내주고 여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산과 들, 논과 밭은 봄을 초대해 놓고 이렇게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라북도도 자연에게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면 온다는 손님이 사정이 생겨 못 온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주인은 을이고 손님을 갑으로 맞이해야하니 강제로 끌고 올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실 손님이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미리 알아내서 준비해 놓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심성의껏 준비를 해놓고 손님께서 필요한 것들을 이렇게 빠짐없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언제쯤 오실건지요?

 

이렇게 친화적으로 채근하면 오지 않으려고 핑계거리를 찾던 손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까요? 전라북도에 꼭 필요한 삼성의 새만금 투자! 우리는 삼성이라는 손님을 초대해 놓고 어떤 준비를 해놓았었는지 한 번 쯤 돌아볼 때입니다.